과거 한때 '요가복의 제왕'으로 불리던 룰루레몬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에서 브랜드 입지가 흔들리자,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존재감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룰루레몬은 최근 국내 매장을 늘리는 동시에 요가, 러닝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며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매장별로 영업 전후 시간에는 스튜디오로 전환해 요가 수업 등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크로스핏 선수 아모띠, 댄서 립제이 등 인플루언서나 르세라핌 카즈하 등 연예인을 홍보대사(앰버서더)로 선정해 진행하는 캠페인도 잦아졌다. 과거에는 인기 스타보다는 일반인에 가까운 현직 요가 강사, 트레이너 등이 앰버서더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앰버서더들은 각종 브랜드 행사에 참석해 클래스를 열거나 대표 제품을 각자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몇 년 새 제품 라인업도 요가에서 트레이닝, 러닝, 골프, 테니스, 일상복으로 늘리는 한편, 남성복 시장 역시 적극 공략 중이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문을 연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브랜드 최초로 남성 전용층을 별도로 꾸리기도 했다.
룰루레몬이 국내에서 브랜드 영향력 확대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북미 시장 성장 둔화가 있다. 2010년대 북미 애슬레저(일상 운동복) 트렌드를 주도하며 급성장한 회사는 시장 경쟁 과열, 내부 경영진 갈등 등으로 성장세가 주춤하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는 40% 이상 하락했다.
북미 애슬레저 시장 경쟁 구도는 빠르게 바뀌는 추세다. 알로(Alo), 뷰오리(Vuori) 등 신흥 고가 브랜드가 부상하는 가운데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기존 스포츠 브랜드까지 애슬레저 제품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선두 주자였던 룰루레몬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상황이다.
룰루레몬이 갖고 있던 프리미엄 요가복이라는 이미지가 이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반복되는 품질 논란 속 신제품에 대한 반응이 약화되고, 할인 행사가 늘어난 결과다. 올해 초에는 신제품 레깅스 비침이 심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며 제품 판매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경영권 분쟁도 계속되고 있다. 룰루레몬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 중 한 명인 칩 윌슨은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작년 12월 캘빈 맥도널드 CEO가 후임 없이 물러나면서 칩 윌슨은 새 CEO 선임 전 이사회 개편을 요구해 왔다.
룰루레몬의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회사는 새 CEO로 나이키 출신의 하이디 오닐을 임명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임기가 9월에 시작되는 데다 오닐에 대한 투자자 불만이 크다는 점은 여전한 변수다. 오닐은 나이키 재직 당시 경영 관련 실책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시장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서는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룰루레몬의 미국, 캐나다 등 북미 매출은 1% 역성장했는데, 북미 외 지역 매출은 22% 증가했다. 이 중 중국 매출은 29%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한국 시장의 경우 단순 외형 확대를 넘어 신제품 반응이나 마케팅 전략을 시험하는 일종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룰루레몬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한국을 프리미엄 제품 소비 수요가 강하고,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핵심 시장으로 꼽는다.
지난해 룰루레몬 한국 법인인 룰루레몬애틀라티카코리아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룰루레몬애틀라티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2197억원으로 전년 대비 4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8.1% 증가한 약 114억원, 순이익은 124.2% 증가한 약 74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