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통가 곳곳이 '포켓몬'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올해 포켓몬 탄생 30주년을 맞아 뷰티, 식품, 편의점, 백화점 등 유통업계 전반에서 포켓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마케팅에 적극 나선 결과입니다.

기업들은 캐릭터를 상품 포장에 넣는 수준을 넘어 팝업스토어, 체험형 행사, 한정판 굿즈 등을 결합한 다양한 포켓몬 콘텐츠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포켓몬이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집객 효과가 검증된 흥행 IP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피카츄 등 포켓몬 조형물들이 전시돼 있다. /뉴스1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포켓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733억원으로 전년 대비 57.6%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133억원으로 49.4%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광고선전비는 82억원에서 157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실적은 오히려 큰 폭으로 개선됐습니다.

포켓몬 3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라이선스 사업과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효과가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게임에서 출발한 포켓몬 IP는 애니메이션, 트레이딩 카드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과 이벤트에 활용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수익을 창출해 왔습니다.

포켓몬의 인기는 현장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1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포켓몬스터 메가페스타에는 약 16만명이 몰리면서 행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날 진행된 '포켓몬 런' 행사는 티켓 5000장이 신청 당일 30분 만에 매진됐고 이후 웃돈이 붙어 거래됐는데, 포켓몬 카드를 중심으로 일부 관련 상품은 품귀 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치솟는 상황입니다.

국내 유통업계의 포켓몬 협업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CJ올리브영은 지난달 한 달 동안 '올리브영X포켓몬'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스킨케어, 메이크업, 건강기능식품 등 총 61개 브랜드가 참여해 약 230종의 협업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올리브영N성수는 매장 전체를 포켓몬 콘셉트로 꾸몄고, 주요 매장 13곳에서는 포토존, 응원 메시지 영수증 발급 머신 등을 설치했습니다.

포켓몬 협업 행사가 진행 중인 올리브영N성수 매장. /권유정 기자

올리브영은 최근 몇 년 새 인기 IP 협업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산리오, 캐치티니핑, 망그러진곰 등 캐릭터 IP 협업이 고객 유입 효과를 내면서 올해는 30주년을 맞은 포켓몬과 손잡고 행사 규모를 키운 것입니다. 입점 중소 브랜드 비용 부담을 감안해 IP 협업 비용은 올리브영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품업계에서는 포켓몬빵 열풍을 주도한 삼립이 대표적입니다. 삼립(005610)은 포켓몬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띠부씰(스티커)을 동봉한 포켓몬 빵을 출시했습니다. 포켓몬의 대표 아트 디렉터 '스기모리 켄'의 오리지널 일러스트가 적용된 띠부씰 100종과 함께 띠부씰을 보관할 수 있는 띠부씰북도 선보였습니다.

배스킨라빈스는 포켓몬 캐릭터에서 착안해 개발한 맛을 출시하고, 협업 아이스크림 케이크, 피카츄 모양의 아이스크림 통 굿즈 등을 선보였습니다. 이디야커피는 포켓몬 음료, 키링, 스낵 접시 등을 연달아 선보였고, 이삭토스트의 경우 토스트와 포켓몬 메탈 배지, 쇼핑백을 증정하는 세트 메뉴로 소비자들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삼립 포켓몬 시리즈 30주년 기념 포켓몬빵 스페셜 에디션. /삼립 제공

편의점도 포켓몬 특수를 누렸습니다. CU가 지난달 선보인 포켓몬 카드팩 4종은 출시 사흘 만에 25만개가 팔렸습니다. 포켓몬 카드 5장이 랜덤으로 들어있는 상품으로, 약 26만5000팩 한정 수량으로 운영됐는데 준비 물량의 96%가 소진된 것입니다. 지난달 1~11일 애플리케이션(앱) 포켓CU 인기 검색어 10개 가운데 절반가량은 포켓몬빵, 포켓몬 카드 등이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롯데타운 잠실에서 포켓몬 겨울 팝업스토어를 운영했고, 이마트(139480)는 지난달 인기 포켓몬 IP 상품 200여 종을 특별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지금도 온라인 상에는 포켓몬을 입힌 완구, 세제, 가방 등 각종 생활용품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유통업계에선 포켓몬이 갖고 있는 넓고 두터운 팬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산리오, 짱구, 티니핑, 해리포터 등 인기 캐릭터 IP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포켓몬은 10대부터 3040세대까지 아우르는 드문 콘텐츠입니다. 10대에게는 게임과 카드, 2030세대는 애니메이션과 포켓몬빵, 3040세대는 어린 시절 게임과 캐릭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는 평가입니다. 글로벌 인지도도 높아 최근 들어 외국인 공략에 공을 들이는 국내 유통사 입장에선 활용도가 높습니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포켓몬의 IP 누적 수익은 훨씬 일찍 탄생한 미국 디즈니의 미키마우스&프렌즈나 스타워즈 등을 이미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포켓몬의 IP 누적 수익은 921억달러(약 139조원)로 세계 1위입니다. 헬로키티(800억달러), 곰돌이 푸(750억달러), 미키마우스&프렌즈(705억달러), 스타워즈(656억달러) 등을 모두 웃도는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