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가 지난 14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갈등 해결을 위한 상생안을 극적으로 합의한 지 하루 만에 공방전이 시작됐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이하 전가협)는 수수료와 배달비 모두를 인상한 상생안은 살생안(殺生案)이라고 비판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이 오히려 가중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배달 플랫폼 업체 측은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에 부합한다고 맞섰다.
전가협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가협 외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공정합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온플법제정촉구 100일 긴급공동행동 등이 함께했다. 전가협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도 회견을 가졌다.
김진우 전가협 공동의장은 상생협의체 회의 투표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어제 진행된 상생협의체 회의에서 합의된 상생안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다.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율이 올라갔는데 상생이 맞나”라며 “전가협 외에 한국외식산업협회도 회의 도중 퇴장했다. 공익위원 2명도 퇴장했다. 전체 8표 중 4표가 없이 투표했는데 어떻게 가결이 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영무 공정한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장은 “상생안이 발표된 뒤, 배달 앱 거래액(매출) 상위 35% 입점업체들은 기존 6.8%였던 수수료가 1%포인트 올랐다. 배달비도 500원 올랐다. 눈속임에 불과한 상생안”이라며 “상생은 없었고 살생만 있었다. 당사자인 우리가 빠진 상태에서 졸속으로 날치기 합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달 앱 거래액 상위 35% 입점업체는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킨 3사(BHC·BBQ·교촌치킨)를 포함해 버거킹·피자헛·롯데리아·던킨도너츠 등 대기업 가맹점이 속해 있다.
전날 상생협의체 회의에서 상생안에 찬성한 입점업체 단체 2곳이 배달 플랫폼 업체와 이해관계자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장은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는 배민 플랫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이해충돌 관계다. 어떻게 이런 단체를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변한다고 상생협의체에 넣을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배달업계는 배민·쿠팡이츠가 낸 최종 상생안을 합의한 것은 상생협의체의 취지에 부합했다는 입장이다. 배달 앱 수수료 부담에서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했다는 것이다. 실제 매출 하위 20% 업점업체 수수료율은 2%로 내렸다.
이들은 오히려 대형 프랜차이즈를 대변하는 전가협의 주장이 상생안의 취지를 해친다는 입장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절차적인 문제를 따지고 싶은 것 같은데, 그렇게 보면 상생협의체에 대형 프랜차이즈를 대변하는 단체가 속한 것부터가 상생협의체의 취지에 어긋난 것”이라며 “마치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변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상생안이 나왔음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건 배달 앱 수수료 상한제 같은 제도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라며 “결국 본인들이 원하는 최고 수수료율 5% 상한제를 입법화해 상생안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날 상생협의체가 내놓은 차등 수수료율 방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은 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이 상생안을 대체할 수 있다며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생협의체 합의는 반쪽짜리”라며 “자율 규제가 불가능하다면 일정한 제재 시스템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감독을 위한 법안을 만들겠다”며 “당력을 집중해서 법안을 제정하고 혁신 결과를 함께 나눌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