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 생활방식은 대부분 서양에 맞추어져 있기에 전통이 살아남으려면 전통의 현대적 해석이 필요하다. 변화된 시대 속 전통을 어떻게 반영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양태오 태오양스튜디오 대표는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4 유통산업포럼’에서 ‘전통과 지역성의 동시대적 표현’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양태오 태오양스튜디오 대표가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4 유통산업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공간디자이너인 양 대표는 한국인 최초로 ‘바이 디자인’이 꼽은 세계 100대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그는 그 비결에 대해 “다양성이 중요하다. 생태계도 다양한 종들이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듯 우리 사회도 다양성이 중요하다. 다만 오늘날 다양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그 와중에 지역의 전통성을 꾸준히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디자인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면에서 (태오양스튜디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태오양스튜디오의 차별성에 대해 ‘전통과 지역성의 동시대화’와 ‘인문학적 접근’을 꼽았다. 그는 “우리 스튜디오는 1917년 지어진 한옥으로 이곳에서 12년간 작업하며 전통과 지역성의 동시대화에 전념하고자 한다”며 “또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등 기본적인 인문학적 질문에 답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디자인 프로젝트에서도 본질적인 창조는 무엇인가를 고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전통에 대해 “전통이 희미해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외려 연구하고 되찾아 한국의 미래를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게 만들 자원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의 답습은 오히려 전통의 역할을 줄인다. 과거의 전통만 고집하는 분들은 외려 전통이 동시대성을 갖지 못하게 만든다. 전통에는 새로운 창조가 필요한데, 또 새로운 창조에만 집중하다 보면 괴상한 혼종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태오양스튜디오가 수행했던 몇 가지 디자인을 소개하며 전통의 현대적 해석을 설명했다. 그는 국립경주박물관을 소개하며 “경주는 신라의 수도이자 정신이 남아있는 만큼 21세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정서적 교감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어떻게 하면 국립경주박물관이 과거에 방치되지 않고 현대로 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박물관 건물을 유리관으로 만들어 감성적 역할을 더했다”고 말했다.

블루보틀 작업에 대해서 양 대표는 “해외 브랜드가 서울로 들어올 때 한국의 전통적 지역성을 존중하고 공존하고자 하는 브랜드 사례”라며 “푸른 집 안에 한국이 가진 공예나 한국이 가진 미감을 동시대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젊은 작가를 초대해 현판을 넣고 공예를 만들었다. 3주 전에 오픈한 블루보틀 한옥스튜디오의 경우 조선 시대 전통 한옥이 아닌 근대 한옥으로 만들어 전통의 현대적 해석을 완성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