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백화점 업계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3대(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들은 우수고객(VIP)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혜택을 줄이는 등 긴축 경영에 나서는 모양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기존 VIP 고객 등급 7개를 5개(에비뉴엘 블랙, 에비뉴엘 에메랄드, 에비뉴엘 퍼플, 에비뉴엘 오렌지, 에비뉴엘 그린)로 축소했다. 일부 지점은 발렛(대리주차) 주차장 위치도 등급별로 나누어 등급이 낮아질수록 출입구와 멀어지게 배치했다.
또 내년부터는 VIP 산정 금액 기준이 오른다. 에비뉴엘 퍼플 등급은 올해 구매 실적이 4000만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에비뉴엘 오렌지 등급은 18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일부 점포(본점, 잠실점, 부산본점, 인천점)의 경우 오렌지 등급 기준이 기존 2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가장 낮은 등급인 에비뉴엘 그린 등급은 기준 금액이 400만원 이상에서 1000만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등급별로 최소 200만원, 최대 1000만원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에비뉴엘 그린 등급의 경우, 발렛 서비스와 라운지 및 에비뉴엘 전용 주차장이 불가한 만큼 사실상 혜택이 좁아졌다는 평이 나온다.
한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퍼플 등급 고객은 “원래 2개의 등급을 하나로 통합하고, 구매 금액 기준을 1000만원이나 올려 일방 통보하는 것은 백화점의 배짱 장사”라며 “지난해에는 멤버십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자주 들렀지만,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멤버십 제도까지 바뀌면 이전처럼 자주 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올해 우수고객(VIP)제도를 새로 단장(리브랜딩)하면서 등급 내 혜택 세분화를 통해 새로운 혜택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새로운 혜택에 대해서는 “제휴 협력사가 이전보다 늘었다”고 했다.
신세계(004170)백화점도 애플리케이션(앱) 알림 허용 고객에게 매월 1일 멤버스 바에서 음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중단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신세계백화점 대전점 등 일부 지점에서 VIP 고객에게 제공하던 ‘포터 서비스’도 중단하기로 했다. 포터 서비스는 백화점에서 쇼핑한 후 짐이 많을 때 직원들이 고객의 차량으로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는 서비스다. 아이를 데려오거나 명절 등 특수 시즌에 짐이 많은 VIP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였다.
신세계백화점 대전점의 VIP라고 밝힌 한 30대 소비자는 “임신했을 때 포터 서비스를 유용하게 사용했었는데 VIP 할인도 명품은 제외되고, 혜택도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또 VIP 고객들이 이용하는 라운지에서 제공했던 우유 메뉴를 없애고, 이달 13일부터 매실차로 변경해 제공한다. 일부 VIP 고객들은 “아이들을 라운지에 데려갈 때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우유를 먹였는데 갑자기 없어져서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일부 고객들이 VIP 라운지 음료 개편 요구를 해 우유를 매실차로 변경해 제공하는 것일 뿐 라떼 등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는 제공한다”며 “포터 서비스 역시 지점마다 상황에 따라 일시 중단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와 신세계백화점뿐 아니라 현대백화점(069960)도 지난해 VIP 선정 기준을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최상위 등급인 쟈스민 블랙과 쟈스민 블루의 연간 최소 구매액을 각각 1억2000만원, 8000만원으로 변경했다. 그 아래 등급인 쟈스민과 세이지의 기준은 각각 5500만원, 300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백화점 70개 점포의 매출이 38조951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1년과 비교하면 약 14% 증가한 수치다. 매출 1조원 이상의 백화점이 11개로, 그중 10개가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빅3 백화점이었다.
하지만 백화점 실적이 코로나19 상황임을 고려했을 때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단골로 속하는 VIP 고객 혜택이 축소되며 이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실적이 지난해에는 기저효과 및 명품 매출 호황으로 좋게 보일 수 있지만 올해부터는 고물가, 고금리 등 여파로 백화점도 바짝 긴장해야 할 때”라며 “충성 고객을 잡기 위한 백화점의 노력은 계속되겠지만, 일부 VIP 고객들이 느끼기에 (혜택이) 줄었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