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친환경이라고 독려해 8억원가량 들여 PLA 생분해성 봉투를 만들고 있는데 환경부에서 갑자기 판매를 금지한다고 하니 읍소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50대 PLA 봉투 생산기업 대표 김모씨)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PLA 생분해성 봉투의 친환경 인증을 중지하고, 편의점 판매를 금지하면서 봉투 생산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친환경이라며 생산을 독려했지만 1년도 안 돼 이를 철회하면서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PLA는 옥수수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소재로 환경호르몬,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소재다.
일반 플라스틱과 유사한 성능을 가졌지만 매립 시 미생물에 의해 100% 생분해되는 재질이다. 환경부와 기재부 등 정부당국에서도 친환경 소재라며 생산 및 활용을 독려했고, 많은 업체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올해 1월부터 PLA 생분해성 봉투의 친환경 인증을 중단하고, 11월 말부터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PLA 생분해성 봉투를 분리수거할만한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환경부는 PLA 생분해성 봉투의 분리수거 체계가 없어 친환경 의미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PLA 생분해성 봉투가 분리 배출되지 않고 대부분 소각돼 매립 시 생분해된다는 친환경 의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5일 PLA 소재 생분해 봉투 친환경 인증 부여를 중단한다는 행정예고를 한 뒤 올해 1월 3일부터 생분해성 봉투에 친환경 인증을 하지 않고 있다. 오는 11월 24일부터는 편의점과 슈퍼 등 소매점에서 PLA 소재 생분해 봉투 대신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종이봉투만 판매할 수 있다.
관련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은 난감한 입장이 됐다. PLA 생분해성 봉투를 만들던 김씨에게 환경부의 ‘입장 바꾸기’는 매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봉투를 납품하던 편의점과 슈퍼 등에선 11월부터 봉투 사용이 중단으로 납품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고, 계약 시기를 조율하던 유명 제과 프랜차이즈 업체와 호텔 음식료 업체의 계약도 무산됐다.
친환경 인증이 중단되며 폐기물 부담금도 내게 됐다. 지난해 12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부와 함께 ‘탄소 중립을 위한 한국형 순환 경제 이행계획’을 발표해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경우에만 폐기물 부담금을 면제시켜준다고 공표했다. 이로 인해 친환경 인증이 중지된 PLA 생분해 봉투 생산 업체는 폐기물 부담금을 내야 한다.
현재 PLA 생분해성 봉투는 CU, GS25, 세븐일레븐 등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사용 중이다. 편의점들은 친환경 경영을 하겠다며 2020년부터 PLA 생분해성 봉투를 도입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했다. CU는 2020년 4월, 세븐일레븐은 2021년 6월, GS25는 2021년 9월부터 생분해 봉투를 판매했다.
환경부의 입장에 편의점들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종이봉투가 다회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적고, 얼음컵이나 아이스크림을 담아가면 훼손될 우려가 커 고객들의 불편함이 가중되는 정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LA 생분해성 봉투 생산 업체 대표 이모씨는 “전통 시장에서는 소각 시 유해물질이 나오는 비닐봉투도 사용하는데, 태워도 유해물질 하나 안 나오는 PLA 생분해성 봉투를 갑자기 판매 금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부가 친환경 소재라고 안 했다면 투자라도 안 했을 텐데 대책 마련 없이 말만 바꾸면 어떡하나”라고 토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26년부터 수도권 직매립, 2030년부터 전국 직매립이 금지되며 PLA 생분해성 봉투의 매립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분리수거 체계가 갖춰진다면 다시 친환경 인증이 가능하겠지만 현재 계획하고 있는 정책방향상 다시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