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펀드 두 개를 해지한 직장인 김민찬(34)씨는 환급액을 보고 실망했다. 김씨는 지난 3년간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A펀드와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B펀드에 돈을 넣었다. A펀드에서는 수익이 80만원 발생했지만 B펀드에서는 90만원 손실을 봤다. 두 펀드에서 발생한 손익을 더하면 10만원 손해를 본 셈이다. 하지만 김씨는 수익이 난 A펀드에서 9만원대 세금을 내야 했다. 최근 김씨는 같은 펀드를 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투자했다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씨처럼 투자와 절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투자자를 위해 ISA에 대해 알아보자.
재테크를 할 때 필수로 고려해야 할 항목은 바로 절세다. 일반적으로 가장 흔하게 자금을 굴리는 방식인 예·적금도 이자에 15.4%의 이자배당소득세가 붙는다. 금리 0.1%포인트를 받는 것보다 세금을 줄이는 게 더 합리적인 재테크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때 가장 쉬운 절세 방법은 ISA에 가입하는 것이다. ISA는 하나의 계좌에 예금, 적금, 펀드 등 여러 금융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비과세 혜택에 하나의 계좌에서 언제든 자유롭게 금융상품을 변경하며 운용할 수 있어 ‘만능통장’이라고도 불린다.
ISA 가입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ISA 가입자 수는 542만5800명으로 전년 동기(474만704명) 대비 68만5096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도입 이후 ISA 가입자 수는 ▲2020년 193만9102명 ▲2021년 342만3082명 ▲2022년 463만293명 ▲2023년 493만1984명 등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투자금액 역시 증가세다. 지난 6월 기준 ISA 투자금액은 28조5236억원으로 전년 동기(21조1933억원) 대비 7조원 이상 불어났다.
◇ 3년간 최대 400만원 이자에 세금 ‘0원’
ISA는 가입자별로 일반형과 서민형, 농어민형으로 나뉘는데 종류에 따라 비과세 한도를 차등 부여하고 있다. 일반형은 직전 연도 총급여가 5000만원을 넘거나 종합소득이 3800만원을 초과한 경우 대상이 되는데 200만원 한도 내에서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ISA 가입기간 200만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지 못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300만원을 벌었다면 100만원만 과세 대상이 된다.
서민형과 농어민형은 비과세 혜택이 400만원까지 늘어난다. 서민형은 직전 연도 총급여가 5000만원 이하이거나 종합소득이 3800만원 이하일 때 가입할 수 있다. 농어민형은 직전 연도 종합소득이 3800만원 이하인 농어민 거주자 대상이다. ISA는 비과세 혜택 초과 금액에 대해서도 9.9%(지방소득세 포함)로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예·적금 등 일반적인 금융상품에 원천징수되는 소득세가 15.4%임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이율이다.
가령 1000만원을 금리 연 4% 예금에 넣어 1년 만기를 채웠다고 가정해 보자. 세전 이자는 40만원이다. 일반 통장으로는 이자 40만원에 이자배당소득세 15.4%(6만1600원)를 빼 33만8400원을 받게 된다. 반면 ISA로는 비과세 혜택이 적용돼 이자 40만원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ISA는 다양한 상품을 따로 운용할 때도 일반 통장보다 세제 혜택이 좋다. 가령 예금에서 300만원의 수익을 얻고, 펀드에서 각각 300만원 손실과 300만원 이익을 얻었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 통장으로는 이익을 본 모든 계좌에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600만원에 15.4%(92만4000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ISA로는 종합적인 순이익 300만원에만 세금이 붙고, 200만원에는 비과세 혜택이, 나머지 100만원에는 9.9%(9만9000원)의 세금만 적용된다. 일반 통장보다 83만원의 세금을 덜 내는 것이다.
ISA가 없다면 당장 자금 여유가 없더라도 계좌 가입을 해두는 게 유리하다. 총 납입한도 범위 내에서 연간 한도를 이월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해에 내지 않았다면 이듬해에 4000만원까지 납입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 이후 4년 차까지 납입을 거의 하지 않았다면 5년 차에 1억원을 한 번에 낼 수도 있다. ISA의 납입한도는 매년 2000만원이며 5년 동안 최대 1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다만 ISA에 의무가입기간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비과세 등 세금혜택을 받으려면 최소 3년간 계좌를 유지해야 한다. 중도해지하면 세금혜택을 받을 수 없고, 해당 계좌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된다. 대신 잘만 활용하면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ISA 만기금액을 연금계좌로 이체하면 이체한 금액의 10%까지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최대 금액은 300만원이다. ISA를 3년 주기로 해지해 연금계좌로 이체하기를 반복하면 3년마다 세제 혜택을 챙길 수 있다.
◇ 일임형 ISA 수익률 최대 22.11%
ISA는 모든 금융권을 아울러 1인당 계좌를 하나만 개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필요에 맞는 상품 유형을 선택하게 중요하다. 상품 유형별로는 금융회사에 운용을 맡기는 일임형, 개인이 상품을 선택한 뒤 운용을 맡기는 신탁형,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중개형 등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은 중개형 ISA다. 지난 6월 기준 신탁형과 일임형 가입자 수를 다 합쳐도(93만9871만명) 중개형 ISA 가입자 수(448만5929명)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중개형은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으며 증권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일임형 ISA MP별 수익률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MP는 모델포트폴리오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투자일임업자가 투자일임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금융상품의 종류, 비중, 위험도 등이 포함된 운용방법이다. 지난 6월 기준 은행과 증권사의 일임형 ISA MP별 대표 상품의 최근 1년 수익률을 분석해 보니 신한투자증권의 신한금융투자 ISA MP(신한VIP함께주식형)가 21.11%로 가장 높았다. 은행 상품 중에는 국민은행의 KB국민 만능 ISA 고수익추구 해외투자형이 19.21%로 가장 높았다.
ISA 혜택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1월 ISA 세제 지원 확대 방안을 내놓았는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폐기됐다. 다만 여야가 큰 이견이 없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재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ISA의 납입한도를 현행 연간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늘리고 총 납입한도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ISA를 통해 번 이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도 커진다. 현행 일반형 200만원, 서민형 400만원에서 각각 일반형 500만원, 서민형 1000만원으로 늘린다. 비과세 한도를 넘어서는 소득에 대해선 9.9% 세율을 적용해 분리과세한다.
아울러 현행 ISA는 3년 이내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금소세) 대상자는 가입할 수 없는데, 정부는 이들도 ISA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가 신설하는 국내투자형 ISA를 통해서다. 국내투자형 ISA는 국내 주식과 국내주식형 펀드에 주로 투자한다. 일반 ISA와 달리 배당 소득 중 1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고 이를 넘어가면 15.4%의 세율을 적용한다.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분과 다른 근로소득, 사업소득을 다 합친 금액이 5000만원만 넘어가도 24%의 세율이 부과되는 점을 고려하면 자산가에게 매력적인 이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