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의 한 여성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이를 돌보고 있다. /뉴스1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임신·출산에 특화된 보험 상품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신·출산을 보험 보상 대상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자녀 계획을 눈 앞에 둔 부부에게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전문가들은 보험을 통해 임신·출산에 대비하려면 무료로 가입할 수 있는 공익보험과 어린이보험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1년 7월 이후 실손보험(4세대)에 가입한 고객은 임신·출산과 관련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여성생식기의 비염증성 장애로 인한 습관성 유산, 불임, 인공수정 관련 합병증 등이 보상 대상이다. 한국표준 질병·사인 분류상 N96~N98에 해당하는 질병이다. 가입 후 2년 뒤부터 보장되지만, 급여 의료비 중 전액본인부담금은 보상에서 제외된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표준약관을 보면, 임신·출산(제왕절개 포함)과 산후기로 입원·통원한 경우(O00∼O99)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실손보험은 상해·질병으로 발생한 의료비를 보상하는 상품인데, 임신·출산을 상해·질병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엄마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이 상품은 우체국이 지난해 11월 만든 공익보험으로, 임신 22주 이내인 17~45세 여성은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 출시 당시 가입자는 1000여명이었지만, 지난 6월에는 4만8000여명까지 늘어났다.

엄마보험은 자녀가 크론병 등 질병관리청이 지정한 희귀질환 진단을 받을 경우 1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임신 중인 여성이 임신중독증이나 임신고혈압, 임신성당뇨병 등에 걸리는 경우 3만~1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

일러스트=손민균

보장 범위를 넓히고 싶다면 어린이보험에 가입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임신·출산 관련 상품을 ‘태아보험’이라고 부르지만, 어린이보험 상품에 태아·산모 관련 특약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가입하는 게 보통이다.

특약은 태아를 위한 보장과 산모를 위한 보장으로 구분된다. 태아 관련 특약은 아이가 선천성 질환이나 유전적 합병증에 진단될 경우 이를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을 보상한다. 아이를 조기 출산하거나 저체중으로 태어나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산모 관련 특약은 분만에 필요한 일수(자연분만 4일, 제왕절개 8일)를 제외한 기간 중에 발생한 질병·사고를 보상한다. 보장 범위는 진통·분만과 임신 관련 부종, 단백뇨, 고혈압성 장애, 산후기 관련 합병증 등이다. 급여·비급여 구분 없이 실제 지출한 의료비의 80%를 보험금으로 받게 된다. 다만, 임신 22주를 초과하게 되면 일부 특약 가입이 거절될 수 있어 임신 초기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직장인 부부라면 재직 중인 회사가 단체보험에 가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단체보험은 임직원들의 질병·상해를 보상하기 위해 회사가 가입하는 상품으로, 보장 범위는 제각각이다. 단체보험에 임신·출산 보장 특약이 있다면 단체보험을 통해 보상받으면 된다. 임직원 배우자의 임신·출산도 보장하는 단체보험도 있기 때문에 부부 모두 보장 범위를 파악하면 좋다.

손해사정사 무료선임 서비스 ‘올받음’을 운영하는 어슈런스의 염선무 대표는 “엄마보험은 모든 치료를 보상받을 수 없고, 보험금이 많지는 않다”라면서도 “실손보험과 중복 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꼭 챙겨야 할 혜택으로 여겨진다”라고 설명했다.

☞올받음은

손해사정사와 상담·업무의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어슈런스가 운영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사정사 선임권’ 서비스를 운영하며 실손보험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