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직장인 3년 차 강민주(30)씨는 최근 재테크 카페를 들락거리며 ‘짠테크(짜다+재테크)’를 공부하고 있다. 강씨는 소액이라도 매달 1일이면 5만원 적금을 넣고 있고 여러 개의 카드를 발급받아 신규 고객 혜택을 챙긴다. 강씨가 이렇게 허리띠를 졸라맨 건 올해 초부터다. 지난해부터 보유한 주식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무리한 투자보다 종잣돈을 모으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씨는 “고금리·고물가에 나가는 돈은 많은데 내 월급은 오르지 않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최대한 절약하는 짠테크를 실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짠테크가 재유행하고 있다. 짠테크란 ‘짜다’라는 말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소비를 줄여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자산을 불리는 재테크 방식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을 정도로 여력을 모두 모아 투자에 나서는 ‘영끌’ 대신 마른 수건 쥐어짜듯 돈을 모으는 행태가 주목받는 것이다. 글로벌 고금리가 이어지며 자산 가치는 하락하고 물가가 뛰면서 급여의 실질적인 가치가 줄어든 것도 배경이다.

◇ 종잣돈 모으기 정석, 예·적금 ‘풍차돌리기’

‘풍차돌리기’는 짠테크의 대표적인 방법이다. 풍차돌리기는 매월 1년짜리 적금 또는 예금에 새롭게 가입하면서 돈을 모으는 방법을 말한다. 매달 상품에 하나씩 가입하면 1년 후에는 풍차 돌아가듯 매달 만기가 꼬리를 물고 돌아오는 방식이다. 1년 뒤 차례로 만기가 도래하면 그동안 돈을 넣은 상품별로 다달이 원금과 이자를 받으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를 다시 예·적금에 예치해 풍차 돌리기를 하면 원금뿐 아니라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가령 매월 20만원짜리 적금(1년 만기)을 하나씩 가입하는 것이다. 1월 A적금 20만원→2월 A적금 20만원, B적금 20만원 추가→3월 A적금 20만원, B적금 20만원, C적금 20만원 추가 등으로 12개월을 채우는 식이다. 13개월 차부터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와 매월 원금 240만원에 세후 약 5만원의 이자를 받게 된다. 그 이후에도 매달 상품별 원금에 이자가 추가된 목돈을 꾸준히 받아 12개의 적금을 통해 총 2년(첫 적금 개설부터 마지막 적금의 만기까지) 동안 약 30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풍차돌리기는 여러 개의 상품에 분산투자하는 만큼 중도해지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급전이 필요해 일부 적금을 깨도 나머지는 무사히 만기까지 채울 수 있어 효율적으로 자금을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 나오는 적금 상품은 납입 금액이 소액이라 풍차돌리기 하기 좋다. 신한은행은 지난 7일 최고 연 8.0%의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1년 만기에 월 납입 한도 30만원 이내다.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은 최고 연 5.50% 금리를 제공한다. 매주 최초 가입금액만큼 자동으로 납입 금액이 증액되는 식이다.

그래픽=정서희

◇ 6-1-5 법칙 활용하는 ‘선납이연’

예·적금을 동시에 활용하는 선납이연도 자주 활용하는 재테크 방식이다. 선납이연이란 선납일수와 이연일수의 합을 0으로 맞춰 매달 내지 않고도 적금의 만기일을 맞추는 방법을 말한다. 1년 만기 적금을 매월 붓지 않고 첫 달에 많이 내고 한동안 안 내다가 마지막 달에 나머지 금액을 내면 매달 붓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것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예·적금 상품을 동시에 굴릴 수 있고 내가 가진 목돈보다 더 큰 규모의 적금도 들 수 있다. 선납이연 방식 중에서는 12개월 만기 적금에 가입한 후 첫 달에 6개월 치를 넣고 7개월 차에 한 달 치를 넣고 마지막 달에 나머지 5개월 치를 넣는 6-1-5 방식이 가장 인기다.

가령 목돈 1200만원을 매월 100만원씩 1년 만기 연 5%짜리 적금을 붓는다면 만기에 이자는 세후 약 28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목돈을 6-1-5 방식으로 선납이연 해보자. 이 경우 가입 첫 달에 6개월치인 600만원을 내고 일곱 번째 달에 1개월 치인 100만원, 마지막 달에 나머지 5개월 치인 500만원을 내는 것이다. 이때 고객은 두 개의 예·적금을 동시에 굴릴 수 있다. 바로 첫 달에 600만원을 내고 남은 돈 600만원을 연 3.5%짜리 6개월 만기 예금에 넣는 것이다. 이 경우 만기가 되면 적금 이자 28만원에 예금 이자까지 더해 총 36만의 이자를 얻는 셈이 된다.

또 목돈 없이 적금을 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마지막 달에 한 번에 5개월 치를 넣기 때문에 일단 있는 목돈으로 첫 달(600만원)과 일곱 번째 달(100만원) 납부를 하고 마지막 달 납입 금액은 예·적금담보대출을 받아 한 달 정도의 이자만 내고 만기일을 지키는 것이다. 통상 예·적금담보대출은 고객 담보금의 90~95% 대출을 받을 수 있다.

◇ 카드 풍차돌리기도 인기…무분별한 회원 탈퇴 유의

‘카드테크(신용카드+재테크)’도 인기를 끌고 있는 짠테크 방식이다. 최근 카드사는 이른바 ‘혜자카드(혜택을 많이 주는 카드)’를 없애는 대신 캐시백 등 현금성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객은 카드사들이 일정 수준 이상 실적을 채운 신규 고객에게 제공하는 현금성 지원을 받은 후 카드를 해지하고 있다. 통상 직전 6개월~1년간 자사 카드 이용 내역이 없는 고객에게만 혜택을 주기 때문에 카드 발급 일자와 해지 일자를 적어 놓고 새로 발급받을 수 있는 카드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돌아가며 새로운 카드로 갈아탄다는 점에서 ‘카드 풍차돌리기’라고도 불린다.

카드 풍차돌리기 혜택을 받으려면 카드사에서 자신의 정보를 모두 없애야 하기에 카드 해지가 아닌 카드사로부터 회원 탈퇴를 해야 함에 주의해야 한다. 회원 탈퇴 신청을 하면 회원 자격을 잃고 카드사에서 발급한 모든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회원 탈회 후 N개월 이상 경과된 고객 한 함’이라는 조건 등을 잘 살펴야 한다. 또 회원을 탈퇴하면 카드 포인트도 모두 사라지므로 미리 사용하거나 캐시백을 받아놓아야 한다. 다음 연회비 청구 월이 되기 전 해지·회원 탈퇴하면 해당 연도의 연회비는 해지 신청일을 기준으로 계산해 돌려준다. 다만 무분별한 회원 탈퇴는 신용점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신용카드 이용실적, 보유기간 등이 신용평가 시 사용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