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방탄소년단(BTS) 부산 공연을 앞두고 기존 숙박 예약을 취소하게 한 뒤 가격을 올려 다시 판매한 의혹이 제기된 부산 지역 숙박업소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2일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부산 시내 일부 숙박업소를 사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고객 피해 진술이 확보된 숙박업소 1~2곳을 우선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한 숙박업소는 오는 12~13일 부산에서 열리는 'BTS 월드투어 아리랑 IN 부산' 공연을 앞두고 기존 예약자에게 "초과 예약이 됐다"며 예약 취소를 유도한 뒤, 같은 객실을 더 높은 가격에 다시 판매한 의혹을 받는다. 한 예약자는 지난 1월 9만원대에 객실을 예약했지만, 약 4개월 뒤 업소 측으로부터 취소 요청을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해당 객실이 온라인 숙박 플랫폼에서 기존 가격의 8배 수준으로 판매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업소 측이 예약 취소 사유를 사실과 다르게 설명해 고객에게 손해를 입히고 재산상 이득을 얻으려 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약 취소 사유가 실제 초과 예약 때문이었는지, 가격을 올려 재판매하기 위한 것이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BTS 공연 일정 발표 이후 기존 숙박 예약이 일방적으로 취소됐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이용자는 "몇 달 전 10만원에 예약해 둔 방을 중복 예약됐다며 취소하더니, 몇 시간 뒤 150만원에 다시 올렸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유사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내용도 넘겨받아 다른 숙박업소에서도 같은 방식의 예약 취소와 재판매가 있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경찰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접수된 숙박업소 바가지요금 관련 신고자의 약 80%가 외국인인 점도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은 언어 장벽과 단기 체류, 국내 법·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신고하지 못한 피해가 더 있을 수 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BTS 멤버들도 숙박비 폭등 문제를 언급했다. 리더 RM은 지난달 26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이후 진행한 팬 플랫폼 위버스 라이브 방송에서 "부산 숙박 문제로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우리가 해결하고 싶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 숙박업소 관계자들을 향해 "좀 적당히들 하입시다. 진짜로"라고 했다. 부산 출신인 지민도 팬들이 부산에서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부산에서는 숙박 시설을 무상 또는 공정 가격으로 제공하는 '공정 숙박 챌린지'도 확산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범어사·홍법사·선암사 등 지역 사찰과 교회, 성당, 대학, 공공기관 등이 숙박 제공에 동참하기로 했다. 참여 객실은 100개가 넘고, 수용 인원은 400명 이상이다. 요금은 상당수가 무료이거나 최대 13만1000원 수준이다.
정부와 관계 기관도 대응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9일 BTS 부산 공연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부산시 등과 함께 숙박업소 바가지요금 합동 특별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점검은 지난달 29일과 이달 8~9일 모두 세 차례 진행된다. 한국관광공사는 부산시, 부산진구, 부산시관광협회, 대한숙박업중앙회 부산지회 등과 함께 8일 부산 서면 일대에서 관광수용태세 민·관 합동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관련 문제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BTS 공연을 앞두고 숙박비 바가지 논란으로 부산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 숙박업소 바가지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2022년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BTS 콘서트를 앞두고도 일부 숙박업소가 기존 예약을 취소한 뒤 가격을 크게 올려 다시 판매했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