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전업 투자자인 이모(32)씨는 이렇게 말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직장을 떠나 전업 투자에 뛰어드는 개미(개인 투자자)도 늘고 있다.

이씨 역시 예술중·고와 음악대학, 프랑스 유학까지 20년 넘게 바이올린 한 길을 걸어온 '음악인'이었지만, 지금은 주식 투자로 생계를 꾸리는 전업 투자자가 됐다.

그러나 그는 "전업 투자를 쉽게 보고 선택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하루는 매일 새벽 6시 미국 증시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요 경제 지표와 보유 종목 뉴스를 점검한 뒤 국내 증시 개장에 맞춰 매매에 나서고, 장 마감 이후에는 다시 미국 프리마켓을 살핀다.

최근 아이를 출산한 그는 "출산 전날까지도 틈만 나면 시장을 확인했다"며 "하루 종일 시장과 붙어 있는 생활"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코스피 뛰자 '전업투자' 검색량도 폭증

증시 급등세 속에 전업 투자 열풍은 각종 지표로 확인된다.

1일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업투자' 검색량은 1년 전보다 5배가량 늘었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올해 4월 들어 '전업투자'와 '전업투자자' 검색어가 급증했다.

단기간에 시장이 급등하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지금이 기회"라는 인식이 퍼지며 전업 전환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약 159%, 68% 상승했다.

전업 투자 관련 콘텐츠도 성행하고 있다. 전날 기준 소셜미디어(SNS)에 해시태그(#)로 전업투자, 전업투자자를 단 게시물은 약 4만8000개로 집계됐다. 전업투자맘, 전업투자자꿈나무를 단 게시물도 각각 500개, 100개에 달했다. 유튜브에서도 전업투자자의 투자 비법을 다룬 영상들이 조회수 100만건 이상을 기록하면서 높은 화제성을 보였다.

서점가에서도 투자 관련 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주식·증권 분야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약 90% 증가했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달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상위 20권 중 절반 이상이 주식 투자 관련 책이었다.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서 시민들이 주식 관련 서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업 투자자 모임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전업 투자 사무실을 운영 중인 10년 차 투자자 강모(39)씨는 "최근 일반 직장인들 중에서도 우수한 투자 성과를 이루면서 전업 투자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취미 겸 부업으로 투자 모임을 하다가 전향을 결정, 전업 투자 사무실에 합류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고 귀띔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김모(28)씨는 "주식으로 한 달 만에 연봉 3분의 1을 벌어보니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 중"이라며 "2년 정도를 기한으로 전업 투자에 집중한 뒤, 성과에 따라 재취업을 준비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언제든 하락장 올 수 있어…무리한 '빚투' 지양해야

전문가들은 최근 분위기를 '대세 상승장이 만든 착시'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세장에선 상대적으로 수익을 내기 쉬워 자신의 투자 실력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강한 상승기에는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개인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이 시기의 성과만으로 전업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정 수입이 없는 전업 투자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 능력과 충분한 자금 여력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고 했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4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에 힘입어 증시가 강세를 보였을 때도 최근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전업투자 검색량은 2020년 1월 대비 '동학개미운동'이 최고조였던 2021년 6월 9배 뛰었다. 주식·증권 서적 판매량도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전년 대비 133%, 238% 증가했다.

그러나 이후 증시가 조정을 겪으면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2021년 고점을 회복하는 데 4년여가 걸렸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불과 1~2년 사이 코스피 지수가 2000대에서 7000 가까이로 치솟으면서 돈 버는 사람들이 생기고,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면서 전업 투자자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면서도 "언제든지 급락장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무리한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