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조선DB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핵심 기술인 20나노급 D램 공정 자료를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 등으로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임원 출신 최진석(66)씨,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출신 오모(60)씨 등 2명이 구속 상태로 10일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됐다.

이날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씨와 오씨에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최씨와 오씨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4년 독자 개발한 20나노 D램 반도체 기술 공정도 700여개를 무단 유출해 중국 반도체 D램 연구·제조 기업인 청두가오전의 제품 개발에 사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중국 청두시와 합작해 지난 2021년 12월 청두가오전을 준공했다. 그는 회사 대표로, 오씨는 공정설계실장직을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임원을 역임한 국내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퇴사 후에 청두가오전 설립하는 초기 단계부터 삼성전자 출신인 오씨를 비롯해 국내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 인력들을 끌어모았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해 2월 기술 유출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최씨는 지난해 6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도를 빼내 중국에 ‘삼성전자 복제공장’을 세운 혐의로 구속됐다가 1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또 경찰은 올해 1월 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앞서 오씨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정도가 발견된 바 있다.

이후 경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이달 2일 최씨와 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고, 5일 법원은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하면서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전문가 1~2명이 중국으로 이직하는 수준의 기술 유출과 달리, 직접 중국 지방 정부와 합작해 국내 업체 기술로 반도체 생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경제 안보의 근간을 뒤흔든 사안”이라고 했다.

최씨가 유출한 기술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는 총 4조3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투입된 개발 인력만 1000명 이상이다. 양산 인력까지 더하면 2000명이 넘는다.

경찰은 최씨 회사로 이직한 임직원들을 추가 입건해 관련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