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반려동물을 진찰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부산대의 수의과대 신설 추진과 관련해 ‘국내 수의사 수급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하는 2차 용역을 준비 중인 것으로 5일 전해졌다. 작년에 1차 용역에서 ‘수의사 공급 과잉’ 결론이 나오자 부산대가 이의 제기를 하면서 이번에 2차 용역을 하게 됐다고 한다. 국내 수의과대 신설은 지난 1989년 충북대가 마지막이었다.

올해 2차 용역은 1차 용역과 마찬가지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진행하게 된다. 1차 용역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의사 공급이 과잉 상태’ ‘수의사 대부분이 동물병원을 개업해 공공성이 부족함’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1차 용역 결과에 대해 수의과대 신설을 추진하는 부산대가 이의를 제기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작년 진행했던 용역은 한계와 문제점이 많았다”며 “이에 농식품부에 이의를 제기했고, 교육부에도 공문을 통해 (용역 결과의) 한계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수의과대 교수가 공동 참여해야 하는 연구 과제가 있는데 수의과대가 설치되지 않아 다른 대학 수의과대 교수를 초청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공공성이 있는 연구 활동을 위해 수의과대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 1차 용역은 동물병원에 근무하는 임상 수의사의 공급 과잉만 강조하는 문제가 있다는 게 부산대 주장이다.

해마다 국내에서 500명 이상이 수의사 면허를 따고 있다. 올해는 532명이 시험을 쳐서 515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96.8%로, 지난해(96.6%)보다 높았다.

국내에서 수의사 면허를 보유한 10명 중 6명은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수의사 면허를 보유한 인원은 총 2만2292명이다. 이 중 현업종사자는 1만4123명으로, 이 가운데 8515명이 동물병원에서 근무한다. 학계에 종사하는 인원은 834명으로, 면허 보유자 중 5.9%에 그친다.

이에 따라 해마다 새로 생기는 동물병원이 폐업하는 동물병원보다 많다. 올 들어 6월 현재까지 동물병원 138곳이 인허가를 받은 반면, 폐업한 곳은 51곳으로 집계됐다. 수의학회 등은 현재 수의사가 ‘공급 과잉’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수의과대는 의대, 약대, 한의대, 치과대 등과 함께 의학 계열로 입시에서 인기가 높다. 부산대는 지난 2022년 교육부에 수의과대 설립 요청서를 제출했다. 정원은 40명 규모다. 부산대 관계자는 “수의과대 신설은 의사 과학자 양성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교육 요구 관점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의대와 마찬가지로 수의과대 신설·정원 확대도 농식품부, 교육부 등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야 한다. 교육부는 수의사 인력 양성과 관련 정원 확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지만, 소관부처인 농식품부와 논의가 필요해 단독 결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용역 진행 이후 보완할 부문이 있어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국내 수의과대는 ▲서울대 ▲건국대 ▲강원대 ▲충북대 ▲충남대 ▲전북대 ▲전남대 ▲경북대 ▲국립경상대 ▲제주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 설립돼 있다. 대학별 정원은 40~50명으로 총정원은 500명 규모다. 국내 수의과대는 지난 1989년 충북대를 끝으로 새로 설립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