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정부가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통신사들의 국가사업 ‘입찰 담합’에 따른 피해액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담합 피해를 본 기관 총 9곳은 개별적으로 적게는 2억원에서 10억원 안팎으로 총 70억원 규모의 손해액을 책정했었다. 이미 일부 기관은 10억원 손해액을 6배 이상 늘린 60억원 규모로 높여 잡았고, 나머지도 재조정에 돌입해 전체 피해액은 수백억원대로 늘어날 수 있다.

이번 피해액 상향조정은 통신사들이 담합으로 챙긴 ‘부당이득’이 국고와 연결되는 만큼 최대한 회수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당시 통신사들이 담합한 12개의 입찰 사업 수주액은 총 1614억원에 달한다. 통신사들은 사전에 입찰 낙찰자를 정해 경쟁을 거치지 않고 수의 계약을 체결하거나, 들러리로 참여해 입찰가를 부풀리는 식으로 입을 맞췄던 것으로 드러났다.

◇1600억 규모 국가사업 ‘입찰 담합’ 후폭풍…133억 과징금 철퇴에 소송까지

지난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4월부터 2017년 6월까지 9개 기관이 조달청을 통해 발주한 공공분야 전용 회선 사업 12건 입찰 이전 담합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과징금 총 133억27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정부 기관들은 국가사업 입찰 과정에 통신사들의 ‘담합’ 적발이 드러난 뒤 곧장 소송을 제기했다.

전용 회선은 계약에 의해 가입자가 원하는 특정 지점을 연결해 해당 가입자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회선이다. 초기 구축·유지 보수 비용이 많이 들지만, 속도가 빠르고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 용산의 한 휴대폰 매장에 통신 3사의 로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통신사들은 사업 입찰 이전 사전에 낙찰자를 정해두고, 입찰에 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의된 낙찰자가 참여한 입찰에 다른 사업자가 참여하지 않거나, 미리 짜놓은 금액을 내 낙찰가를 부풀리기도 했다.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해 금액을 낮추려는 정부 의도와 달리, 수익을 챙길 수 있도록 사업자들끼리 입을 맞춘 것이다.

9개 기관의 12개 사업 수주액은 부가세를 제외하고 총 1613억944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송을 진행 중인 한 기관 관계자는 “정부에서 국고와 연관되는 만큼 담합에 따른 피해액 회수를 강하게 주문했다”고 귀띔했다.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KT 본사. /뉴스1

◇정부 9개 기관, 통신사 상대 손배 소송…피해액 100억원 이상 치솟아

28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통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정부 부처와 기관 등이 손해배상액 재산정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통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기관은 총 9곳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前 정부통합전산센터)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연구원 ▲기상청 ▲병무청 ▲우정사업본부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마사회 등이다. 현재 전체 손해배상액은 총 72억원 규모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손해배상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이미 고용부는 10억원으로 산정했던 손해액을 6배 이상 늘린 63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반영하면 전체 손해배상액은 120억원 규모로 훌쩍 늘어난다.

나머지 기관도 금액 재조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기관 관계자는 “감정가 재산정은 금액을 상향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에 책정한 금액보다 적어지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는 “소송 당시 손해액을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처음부터 손해액을 과도하게 책정하는 것보다 낮게 잡은 뒤 점차 늘려가는 절차가 수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억원대 과징금 철퇴에 이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해배상액을 마주한 통신사들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별개로, 담합으로 가장 많은 사업을 낙찰받은 KT에 대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담합 혐의로 KT 전 임원에게 징역 1년, KT에는 벌금 2억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각각 무죄, 벌금 1억5000만원이 선고됐다.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