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에 대해 검찰과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세력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와 전직 프로골퍼 안모 씨 등 3명을 체포해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10일 안 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의 골프 아카데미에 출입금지 통제선이 설치되어 있다./연합뉴스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수억원 이상 손실이 난 개인투자자들이 법무법인에 투자 실패가 이혼 귀책 사유에 해당하는지 문의하고 있다. 배우자 모르게 대출받거나 공동 재산으로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 가정이 깨질까 불안해서다.

1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주가 폭락 사태로 최근 법무법인을 찾아 개인회생과 파산을 알아보는 개인투자자 중 일부는 이혼 관련 문의도 하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막대한 손실금을 배우자가 알게 되면 집을 나가거나 이혼 통보할 것 같다는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이혼 사유를 언급하기도 난처하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중 일부는 배우자와 상의하지 않고 거액을 라덕연 대표 일당에게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투자자는 “집을 매매하기 전 보유하고 있던 전세금을 투자해 원금을 다 잃고 빚까지 생겼지만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녀 교육 자금으로 모은 돈을 투자하거나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투자금을 마련한 경우도 있다”며 “(배우자에게) 곧 말을 꺼내야 하는데 무섭고 힘들다”고 덧붙였다.

주가조작 사태로 입은 손실을 더는 숨기기 어렵다.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중개한 증권사들이 투자자를 상대로 본격적인 추심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평일은 물론 야간, 주말까지 추심이 진행되고 있다. 현금성 자산이나 부동산 등에 가압류를 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배우자와 동거하는 경우 추심 내용을 감추기 힘든 실정이다.

증권사 추심 연락을 받지 않아도 배우자가 알게 될 가능성이 크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채무자와 채무와 관련해 관계있는 사람을 찾아갈 수 없다. 다만 채무자 소재나 연락처 등을 문의할 수는 있다. 추심 연락을 피하다 배우자가 알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배우자 모르게 주식 등에 투자해 큰 손실이 발생하면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민법 제840조 재판상 이혼 사유 중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볼 수 있다는 견해다. 법원은 상의 없이 빚을 내 투자하는 경우를 부부 사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 보고 있다.

하채은 법무법인 에이파트 변호사는 “이혼까지 가기 전 서로 대화를 나눠 해결하는 방법이 우선”이라면서도 “만약 한 쪽이 신뢰가 깨졌고 더는 믿을 수 없다고 한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위험이 큰 투자를 상의 없이 진행해 가정 형편도 어려워졌다면 신뢰 관계가 깨지고 혼인 관계에 파탄이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소에도 상의 없는 투자가 잦았는지도 쟁점이 된다. 한 번의 실패 후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력하거나 가정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면 고려해야 할 요소가 생긴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재기 의지나 배우자 경제활동 유무, 평소 두 사람 관계 등 살펴볼 요소가 많다”면서도 “독단적인 결정과 투자는 배우자 협조를 얻어 가계를 설계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