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재혁(26)씨는 지난 2020년 5월 바디프로필 촬영을 위해 체중 감량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특별한 활동을 할 수 없었던 만큼 운동에도 집중하면서 잘 가꾼 몸매를 소셜미디어(SNS)에 자랑하면 더욱 성취감이 느껴질 것 같았다고 한다.
그런데 본격적인 감량을 시작하자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탄수화물 섭취를 멈추자 아무리 잠을 자도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결국 이씨는 늘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친구·연인과도 싸우는 일이 잦아졌고, 사람들과의 교류 없이 집과 헬스장만 드나들게 됐다.
이씨는 "결과물을 받아들었을 때는 뿌듯했지만 두 번은 하고 싶지 않았다"며 "운동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선에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MZ세대 사이에서 바디프로필을 찍어 지인에게 자랑하는 문화가 유행이다. 바디프로필은 몸(Body)과 프로필(Profile)의 합성어로 운동 및 식단 관리를 통해 만들어진 최상의 상태의 신체를 사진으로 촬영해 기념하는 것을 의미한다. 검색데이터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1년간 '바디프로필' 키워드 검색량은 51만6431건에 달했다. 검색한 사람의 연령대 중 20대가 41.9%, 30대가 28.5%로 전체 검색자의 70%에 육박했다.
문제는 바디프로필 촬영 문화가 확산되는 만큼 무리한 운동으로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헬스 관련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바디프로필을 20일 앞두고 강한 식단 조절 중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에 다른 회원들이 "촬영도 중요하지만 몸을 챙겨야 한다"고 조언하자 작성자는 "몇 개월 간 해왔던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싫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회원은 바디프로필 촬영을 위해 성인 남성 1일 칼로리 권장량 2700kcal를 한참 밑도는 1200kcal를 먹으며 운동을 하다 현기증을 비롯한 이상 증상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회도 아닌데 무리를 해서 감량할 필요가 없다" "극단적인 감량으로 요요현상이 시달릴 수 있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다가 운동을 다시는 못 하게 된 사람도 있다. 직장인 신찬욱(30)씨는 지난 2016년 바디프로필을 남기기 위해 중량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이 취미였던 신씨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통해 잘 가꾼 신체의 사진을 자랑하고 싶었다. 그런데 신씨는 무리한 중량 운동을 하다가 왼팔에 부상을 입게 됐고 습관성 탈골이 생겼다.
신씨는 "바디프로필 촬영 이전엔 물도 마시지 않으며 단기간에 극단적인 체중 관리를 하게 된다"며 "사진을 위해 급격하게 체중 감량을 하기 보다는 꾸준하고 적당한 양의 운동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가 건강 이상을 느끼면서까지 바디프로필에 집중하는 이유를 세대적·사회적 특성에서 찾았다. SNS를 통해 '비교'와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MZ세대의 특징과 외모를 중시 여기는 기존 한국사회의 문화 특성이 결합돼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에 대해 '철저한 노력 세대이자 스펙관리 세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SNS를 통해 서로의 자랑거리를 내세우고 뒤처진다는 느낌을 굉장히 싫어하는 집단이다. 이런 MZ세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가 외모이기도 한 데다 한국 사회 자체도 외모지상주의가 오랫동안 자리잡았다. MZ 세대의 특성과 한국 사회의 특징이 맞물려 바디프로필 열광이라는 결과로 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급격한 체중 감량보다는 일상화 된 꾸준한 운동과 균형잡힌 영양분 섭취를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고병수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교과서적인 해답을 따르는 게 중요하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 달에 1~3kg가량 감량하는 게 적당하다.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거나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지 않고 단기간에 굶는 방식은 건강을 쉽게 해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성인 남자는 하루에 2700kcal, 성인 여성은 2000kcal 수준이 권장량이라 알려져있는데, 이에 근접하는 적당한 칼로리를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