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고 중독성이 강한 '숏폼(short-form)' 영상에 주력해온 주요 소셜미디어(SNS) 플랫폼들이 길이 30분 이상의 장편 영상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콘텐츠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유튜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유튜브처럼 호흡이 긴 영상 콘텐츠를 강화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고, 이용자가 앱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게 목표다.
30일 콘텐츠·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최대 90분 길이의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기능인 '피처스(Features)'를 시험 도입한다. 그동안 인스타그램은 세로형 숏폼 영상인 '릴스(Reels)'를 앱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했지만, 보다 긴 호흡의 연재형 콘텐츠를 즐겨보는 이용자를 유튜브에 뺏기지 않기 위해 가로형 장편 영상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앞서 인스타그램은 2018년에 롱폼 서비스 'IGTV'를 출시했다가 이용률이 낮아 2022년 폐지한 바 있다.
인스타그램의 이런 결정은 광고 수익 및 이용자 확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길이 10초~60초 내외의 숏폼 영상은 단기간에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조회 수를 폭발적으로 높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고정 팬층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이용자의 앱 체류 시간을 늘리려면 긴 영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여러 회차에 걸쳐 이야기가 이어지는 연재형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는 지난 6월 "인스타그램 모바일 앱에서 정기적으로 새로운 회차(에피소드)를 선보이는 연재형 콘텐츠를 시청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에서 연재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명 크리에이터(창작자) 중에는 1~3분 분량의 릴스로 이용자를 확보한 뒤 관련 확장판 영상은 길이 제한이 없는 유튜브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있다.
인기 인터뷰 시리즈 '서브웨이 테이크스(Subway Takes)'가 대표적이다. 카림 라흐마가 뉴욕의 지하철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짧은 영상으로 편집해 올리는 '서브웨이 테이크스'의 팔로어가 24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자, 인터뷰 내용을 크게 줄이지 않은 긴 버전을 유튜브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은 짧은 영상의 확장판을 보러 유튜브로 떠나는 이용자를 붙잡아두기 위해 최대 90분 길이의 영상 제작을 지원하는 '피처스'를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피처스는 현재 미국과 브라질 일부 지역의 창작자만 사용이 가능하고, 창작자에게 광고 수익을 나누는 체계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숏폼 열풍'의 원조인 틱톡도 2024년부터 최대 1시간 길이의 동영상 지원 기능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올 여름 월드컵 기간에 맞춰 자체 제작한 연재형 롱폼 예능 '티키티키 타카타카 토크토크쇼'를 선보였는데, 회차당 길이가 45분에 달했다.
수익화 측면에서도 긴 영상이 유리하다. 짧은 영상은 광고를 끼워넣을 시간이 부족해 수익을 내기가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인스타그램과 틱톡 계정을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는 창구로 활용하는 크리에이터들도 늘고 있다.
반면 세계 1위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시장 우위를 한층 견고히 하기 위해 숏폼 영상인 '쇼츠'와 한 편당 길이 60초 내외의 숏드라마 제작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짧고 속도감 있는 콘텐츠를 찾으러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유튜브 플랫폼에 묶어두려는 전략이다.
유튜브는 최근 쇼츠를 회차와 시즌 단위로 연재할 수 있는 기능인 '쇼츠 시리즈'를 공개했다. 짧은 영상 한 편씩을 소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회차를 이어보는 '숏폼 드라마' 수요가 늘자, 쇼츠에도 웹드라마와 같이 끊김없이 다음 회차를 이어서 감상할 수 있는 연재 구조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유튜브에 따르면 숏드라마 조회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65억회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빠른 전개와 몰입감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숏드라마 시리즈가 늘면서 유튜브의 연재형 콘텐츠가 세로 화면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유튜브가 숏드라마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드라마박스, 릴쇼트, 비글루 등 주요 숏드라마 플랫폼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유튜브의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다른 플랫폼들도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선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 광고 매출은 404억달러(약 54조원)였다. 이는 디즈니, NBC유니버설,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등의 합산 광고 매출(378억달러)을 웃도는 수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