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노동조합이 7개로 늘어난 가운데 조합원 확보를 위한 노조 간 '성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신생 노조 '쿠니언'은 배송차량 블랙박스의 음성녹음 기능을 없앴다며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와 노조의 설명이 엇갈리고, 쿠니언 스스로도 기능이 실제로 사라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쿠팡지회인 쿠니언은 최근 홈페이지에 노조 요구로 쿠팡 배송차량 '쿠팡카'의 음성녹음 기능이 삭제됐다는 글을 올렸다. 배송기사들이 차 안에서 나누는 사적인 대화까지 녹음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해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쿠니언에 따르면 1t·5t·8.5t 쿠팡카에 설치된 블랙박스로 음성이 녹음되고 있었다. 5t·8.5t 차량은 사이드캠에서도 음성이 녹음됐다고 한다. 쿠니언은 지난 3월 조합원 제보로 이를 알게 돼 단체교섭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5월 회사로부터 개선 조치를 진행 중이라는 답을 들었고, 이후 블랙박스 음성녹음 설정을 껐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다만 5t·8.5t 차량 사이드캠의 음성녹음 기능은 제거하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쿠니언은 실제로 음성녹음 기능이 꺼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블랙박스 화면이 봉인돼 있고, 배송기사가 블랙박스를 임의로 조작하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회사 조치를 입증할 자료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녹음된 음성이 실제로 활용된 사례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회사 설명은 다르다. 쿠팡에 따르면 블랙박스는 일반 차량용 제품처럼 영상·음성을 모두 기록할 수 있지만, 음성녹음 기능은 기본적으로 꺼져 있다. 한 차량을 여러 기사가 번갈아 쓰다 보니 누군가 기능을 켜둔 경우가 있었고, 일부 직원이 문제를 제기해 끄도록 안내했다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직원 음성을 수집하거나 활용한 적은 없다"며 "기능을 삭제하거나 기기를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송기사 노조인 쿠팡친구 노조도 음성녹음 기능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결국 양측 설명을 종합하면, 음성녹음 기능이 '삭제'됐다는 쿠니언의 홍보는 노조 스스로 확인한 내용과도 차이가 있다. 쿠니언이 이 사안을 앞세운 데는 조합원 확보가 급하다는 사정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쿠니언은 2025년 6월 본사 사무직을 중심으로 출범했지만, 지금은 쿠팡 계열사 전 직군으로 가입 대상을 넓혔다. 최근에는 사옥 앞에서 전단을 돌리며 배송기사 등 현장직 모집에 나섰다. 현장직은 기존 노조들의 기반과 겹친다.
◇ 노조 7개 난립… 교섭 테이블도 늘어
쿠팡 안팎에 따르면 현재 쿠팡 계열사에서 활동하는 노조는 쿠팡이츠를 포함해 7개다. 직고용 배송기사 노조인 쿠팡친구 노조와 쿠니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물류센터 직원이 가입한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상대로 교섭하는 한국노총 전국택배산업노조 쿠팡본부와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쿠팡본부도 있다. 쿠팡이츠에는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쿠팡친구 노조를 빼면 대부분 가입률이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가 늘면서 교섭 테이블도 늘었다. 2018년 설립된 쿠팡친구 노조는 2023년 조합원 93% 찬성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해 독립 노조가 됐고, 올해 2월 회사와 단체협약을 맺었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올해 4월 처음으로 단협을 체결했다. 반면 쿠니언은 지난 8월 교섭이 결렬된 데 이어, 노동위원회 조정위원 권고로 재개한 교섭도 지난 21일 다시 결렬됐다.
올해 3월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노조 간 주도권 다툼도 불거졌다. 법 시행 첫날 한국노총 택배산업노조가 CLS에 교섭을 요구했고, CLS가 이를 수용하면서 택배산업노조가 교섭을 주도하게 됐다. 그러자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한국노총과 별도로 교섭하겠다며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4월, 중앙노동위원회는 6월 잇따라 이를 기각했다. 같은 일을 하는 택배기사들이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따로 교섭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쿠니언과 회사의 교섭에선 노조 가입과 쟁의행위 참여를 어디까지 제한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양측은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노조 가입 제한 직무,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협정근로자 지정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쿠니언은 회사가 제시한 제한 대상이 전체 직원의 40~50%에 달한다고 주장하지만, 쿠팡은 전체 직원 수나 직급별 인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실제 규모는 확인되지 않는다. 노동조합법은 사용자나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사람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