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이 첫 공판부터 멈췄다. 윤 전 대통령에 이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 측도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면서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조진구·김민아 고법판사)는 14일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 사건 첫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만큼 변론을 분리하고 공판 기일은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8명 가운데 윤 전 대통령 사건만 따로 떼어 진행을 보류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모두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은 김 전 장관 측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처리 문제로 다시 멈췄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 측이 낸 내란전담재판부법 관련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전날 기각·각하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내란전담재판부가 내란전담재판부법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5분간 휴정한 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 김 전 대장 측은 모두 기피 신청을 냈다. 피고인 8명 중 절반이 같은 재판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한 것이다.
내란특검은 재판부에 즉시 기각을 요청했다. 특검은 "오늘 법정에서 구두와 서면으로 기피를 신청한 것에는 소송 지연 목적이 있음이 명백하다"며 "단호히 간이 기각 결정을 해달라"고 했다. 간이 기각은 신청이 명백히 재판 지연 목적이거나 절차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해당 재판부가 바로 기각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즉시 기각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금 재판부도 유감이지만, 현 단계에서 소송 지연의 목적이 명백하다고 볼 순 없어 간이 기각 결정을 하지 않겠다"며 "한번 정리하고 진행하는 것이 절차 명확성 측면에서 낫겠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후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 김 전 대장 측은 법정을 나갔다. 재판부는 이들의 변론도 분리해 공판기일을 다시 지정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
기피 신청이 제기된 피고인들의 재판 재개 시점은 별도 재판부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윤 전 대통령의 기피 신청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형사소송법상 법관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거나 신청 절차가 부적법한 경우가 아닌 한 본안 재판은 정지된다.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재판부가 바뀌고, 기각되면 기존 재판부가 심리를 이어간다.
이에 따라 당분간 항소심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윤승영 전 수사기획조정관 등 나머지 피고인들 중심으로 진행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전날 서울고법 형사12-1부 소속 법관 3명 전원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다. 해당 재판부가 지난 7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항소심에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사실상 전제로 판단했다는 이유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한 전 총리 사건의 판결 선고로 윤 전 대통령의 혐의를 인정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은 해당 법관들이 윤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혐의에 대한 공방이 있기도 전에 이미 왜곡된 인식에 따라 예단을 형성하고 선입견을 가졌다는 객관적 사정"이라며 "기피 사유인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내란 관련 사건들이 병합되거나 동시에 선고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죄의 구성요건은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만 다툴 수 있음에도, 이 내용이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은 사건에서 먼저 판단이 내려진 후, 그것이 윤 전 대통령 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