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혐의 상당 부분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히면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보다 형량이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 부장판사)는 2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보다 형량은 2년 늘었지만, 내란특검이 구형한 징역 10년보다는 낮은 형량이다.

◇ 재판부 "尹, 대통령 책무를 저버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막중한 책임을 부담하였음에도, 이 사건으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등 대통령 책무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심의권 침해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행 및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하자 은폐를 위한 사후 부서 관련 범행은 그 자체로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위법의 정도가 크고 책임이 무겁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선고 내내 입을 다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1심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된 뒤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재판은 법원의 중계 허가에 따라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대통령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국무회의 외관을 만든 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나머지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도 받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혐의 판단을 대부분 유지하면서, 일부 무죄 판단은 유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내란 수사에 대비해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신기록 삭제를 지시한 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 혐의도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와 관련해서는 1심보다 유죄 인정 범위가 넓어졌다. 항소심은 윤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 외관을 갖추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하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했다는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이들 9명 중 소집 연락을 받고도 참석하지 않은 국토교통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 1심 유죄 판단은 유지되고 … 일부 무죄 판단은 유죄로 뒤집혀

외신 대응용 프레스가이던스(PG)를 작성·전파하게 한 혐의도 항소심에서 유죄로 바뀌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언론 대응용 정부 입장을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에 대해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저질러진 잘못을 은폐하는 것은 물론 비상계엄 선포의 적법성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외신에 전달했다"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임도 및 알권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비상계엄 해제 뒤 사후 선포문을 작성하게 하고 이를 폐기한 혐의에 대해서는 1심 판단이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계엄 해제 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문서에 따라 비상계엄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작성한 혐의와 이를 폐기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공용서류손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허위 공문서를 행사한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윤 전 대통령이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경호처를 사실상 동원했고,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도 정상적인 국무회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은 윤 전 대통령이 국가 조직인 경호처를 사적 이익을 위한 '사병'으로 전락시키고 계엄 절차를 경시하는 등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 계엄 심의권 침해, 계엄 선포문 사후 작성·폐기, 비상계엄 이후 허위 공보,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 혐의로 기소됐다. 내란특검은 지난 6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날 선고는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받은 첫 항소심 판단이자,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의 첫 판결이다. 윤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8개 형사재판 중 첫 2심 선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