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한샘 사옥. /한샘 제공

가구업체 한샘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1억원을 부과받은 근거 법률인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을 부칙으로 소급적용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9일 재판관 8(합헌) 대 1(위헌) 의견으로 대리점법 부칙 2호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대리점법은 2015년 12월 22일 제정돼 2016년 12월 23일 시행됐다. 제정 당시 부칙 제2조는 "이 법은 이 법 시행 후 공급업자와 대리점 사이에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한 계약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했다.

이 부칙 조항은 2017년 10월 31일 개정됐다. 개정된 부칙 제2조에는 "다만 제5조 및 제11조는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하거나 갱신한 계약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했다. 국회는 대리점 계약 기간이 1년부터 10년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대리점에는 법 시행 후 수년간 대리점법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 부칙을 개정했다.

한샘은 2015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대리점들과 사전 협의 없이 부엌과 욕실 전시 매장과 관련한 판촉 행사를 하고 비용을 대리점주들에게 일방적으로 부담하게 해 공정위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2019년 10월 한샘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1억56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015년 1월~2016년 12월 22일까지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적용했고, 2016년 12월 23일부터 2017년 10월까지 행위는 대리점법을 적용했다.

한샘은 서울고등법원에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사건을 심리하던 중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서울고법은 위반 행위에 대한 대리점법 최초 부칙 조항과 개정된 부칙 조항은 적용 범위가 다르고, 헌법상 재산권의 소급입법 금지 등에 위반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8명은 "소급입법은 법치국가 원리상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이 사건은) 소급입법을 허용할 중대한 공익적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리점법이 제정된 후 개정 부칙 조항을 마련한 것은 최장 수년이 지나도록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리점들을 조속히 구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위헌 의견을 낸 김복형 재판관은 "(소급입법의 결과) 공정거래법이 아닌 대리점법에 의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 공급업자에게 더 불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 없이 당사자의 재산권에 가해진 손실이 상당하다"고 했다.

2016년 시행된 대리점법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된 것은 한샘이 첫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