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건물을 빌려 영업을 하다가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건물이 재건축 사업이 시작됐다면, 건물의 새로운 소유주가 된 재건축 조합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A씨가 서울 서초구 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일부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7년 6월 서초구의 한 정비구역 내 상가건물을 소유자 B씨로부터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은 2000만원, 월세는 180만원, 권리금은 1000만원이었다. 임대차 기간은 2021년 12월까지였다. A씨는 이곳에서 와플과 커피를 판매했다. 임대차 계약에는 '재건축 단지 사업 승인 후 이주시 임차인은 보증금을 수령하고 바로 점포를 명도한다'는 특약이 있었다.
이후 B씨는 월세를 2019년 2월 150만원, 2020년 4월 100만원으로 인하해 줬다. A씨와 B씨는 2020년 3월 다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임대차 기간은 2021년 12월까지였다. 재건축 조합이 이주 확정 통보를 하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전이더라도 보증금을 받고 곧바로 상가에서 나간다는 특약이 포함됐다.
재건축 조합은 철거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 2021년 6~11월을 이주 기간으로 정하고, 같은 해 4월 조합원과 세입자들에게 이주하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A씨는 점포 인도를 거부하면서 이주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점포 임대를 관리한 C씨는 2021년 10월 A씨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을 계좌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A씨는 응답하지 않았다. 재건축 조합은 2022년 4월 법원을 통해 점포 강제집행을 완료했다.
그 뒤 A씨는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임대차 보증금 반환, 권리금과 영업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대항력이 있는 상가 임대차 계약에서 임대차 기간 만료 후 보증금이 반환되기 전 건물이 양도된 경우 양수인이 반환 채무를 부담하는지였다.
1심과 2심은 임대차 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된 뒤 상가 건물 소유권을 취득한 재건축 조합은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고 보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양수인(재건축 조합)에게 보증금 반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상가 건물을 양수받았다면 소유권과 함께 임대인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것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9조 2항은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 관계는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이 양도되는 경우 양수인에게 임대차가 종료된 상태에서의 임대인 지위가 당연히 승계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조합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 '영업을 계속했더라면 얻었을 영업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손해배상 청구는 상고를 기각했다. 임대차계약 자체는 2021년 12월 기간 만료로 종료됐다며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이 맞는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