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올해 상반기 청소년 마약사범이 작년 한 해 수치를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이용에 익숙한 10대 청소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마약 광고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은 527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한 해 청소년 마약사범 450명을 훌쩍 넘긴 수치다. 지난 2011년 41명에 불과하던 청소년 마약사범은 매년 증가하면서 10년만에 11배로 급증했다.

증가 속도도 빠르다. 올해 1월 기준, 25명에 불과했던 청소년 마약사범 숫자는 5월 192명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10대 마약사범은 1000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기관은 청소년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원인으로 10대 청소년들이 마약광고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을 꼽는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청소년들이 SNS나 웹사이트를 통해 마약 판매 광고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다.

과거 마약 거래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직접 만나 암암리에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를 통해 마약을 접하고 가상자산을 이용해 쉽게 마약을 사고 팔기 때문에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층이 이전보다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며 “그동안은 재범, 삼범 등 전문 마약범이 다수였는데 최근 초범으로 옮겨가는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펜타닐, 디에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향정) 투약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행법상 마약류는 마약과 향정, 대마 3종류로 나뉜다. 마약은 코카인과 헤로인 등이 포함되고, 필로폰과 프로포폴, 졸피뎀 등이 향정으로 분류된다.

5월 청소년 마약사범 192명 중 53.6%인 103명이, 20대 청년층은 1841명 중 65.5%인 1207명이 향정 의약품으로 검찰에 단속됐다. 지난해에도 10~20대 마약 사범 5527명 중 58.5%(3236명)는 향정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대마 1945명(35.1%), 마약 346명(6.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초범 숫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전체 마약사범 중 초범은 2019년 1751명(74%)에서 2020년 1960명(74.6%), 2021년 1962명(75.8%)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마약 수사에 정통한 현직 검사는 “마약사범의 수는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이 이처럼 두드러지게 폭증한 적은 없었다”며 “코로나19 이후 인터넷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일반인들에게, 그 중 청소년에게 빠르게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은 대개 초범이고, 이들에게는 처벌보다는 사전 예방 교육과 치료 및 재활이 필요하다”며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 밀수를 단속하는 관세청, 마약류와 관련한 복지 사업을 진행하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 기관의 마약 업무를 한 곳에서 지휘하고 처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