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1조4000억원에 달하는 휴림로봇이 고작 10억원 규모의 소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주주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사내 현금 여력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일반공모 방식을 택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오히려 시장에 불필요한 유동성 우려를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휴림로봇 로고. /휴림로봇 제공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림로봇은 오는 6월 1~2일 1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신주 발행가액은 1만90원으로 기준주가 대비 약 15% 할인된 수준이다. 발행 주식 수는 보통주 9만9108주로, 기존 총발행 주식 수(1억1945만7197주) 대비 0.08%에 불과하다.

조달 자금은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투자 대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같은 날 관계사인 휴림에이텍(078590)이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해당 회사 투자에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회사 측은 "현시점에서 특정 기업명을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조달 규모가 굉장히 작다는 점이다. 휴림로봇의 시가총액이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데 반해 유상증자 규모는 1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0.07% 수준에 불과하다. 자기자본 대비 비율 역시 0.44% 수준이다.

재무 상태가 양호한 점도 자금 조달에 의문을 더한다. 휴림로봇의 연결 기준 자산은 1349억원, 부채는 698억원, 자본은 2273억원으로 부채비율은 약 30% 수준이다. 다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99억원, 유동부채는 668억원으로 단기 유동성 여력이 넉넉하다고 보긴 어렵다.

그래픽=손민균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굳이 10억원의 소액을 조달하려 유상증자 카드를 꺼낸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휴림로봇 소액주주는 25만명이다.

기업의 자본 조달 방식 중 하나인 유상증자는 지분 가치 희석 문제 탓에 시장에서 대표적인 악재로 인식된다. 더욱이 조달 액수가 미미하고 용처가 불분명할 경우 기업의 자금 사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해석돼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회사 측은 "유동성 압박은 전혀 없는 상태"라며 "향후 추진될 투자 계획에 따른 자금 조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출자한 관계사들의 실적 부진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휴림로봇은 휴림에이엠씨(지분율 100%), 휴림에이텍(25.6%), 휴림케이에스디(100%) 등 10개 회사에 대해 출자를 하고 있는데, 10곳 중 6곳이 적자이며, 총 295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휴림로봇(090710) 주가는 전날 코스닥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840원(7.11%) 하락한 1만97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