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글로벌리츠의 투자 부동산인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 타워(Finance Tower Complex). /제이알글로벌리츠 홈페이지 캡처

코스피가 8000선을 목전에 두며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대표적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꼽히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은 홀로 겨울을 맞고 있다. 대형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이라는 강한 악재가 터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은 영향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대표 리츠를 담은 'KRX 부동산 리츠 인프라' 지수는 지난 한 달간 6.7% 하락했다. 지난달 13일 1441.78에서 이달 12일 1345.05까지 떨어졌다. 'KRX 프라임 오피스 리츠' 지수 역시 같은 기간 10.62% 급락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31.58%, 7.22% 상승하며 강한 랠리를 이어가는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상장 리츠 25개 종목 중 24개가 일제히 하락했다. KB스타리츠(-10.48%)가 두 자릿수 급락을 기록한 가운데, 미래에셋글로벌리츠(-6.88%), 디앤디플랫폼리츠(-6.67%),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5.03%) 등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리츠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은 근본 원인은 지난달 27일 발생한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업 회생 절차 신청이다. 해외 자산 기반 리츠들이 배당을 주지 못하게 된 것은 구조적인 '캐시트랩'(Cash Trap) 메커니즘 때문이다.

해외 부동산 자산 가치가 하락해 은행 등 대주(채권자)와 약정한 담보인정비율(LTV) 조건을 위반하게 되면, 대주는 리츠의 현금 흐름을 동결시킨다. 이로 인해 자산에서 발생하는 임대료 수익이 주주 배당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채권자의 담보력 보호를 위해 내부에 묶이게 된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역시 벨기에와 미국 오피스 자산 가치 하락으로 LTV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현금 흐름이 차단됐고, 결국 사채 상환에 실패해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사태로 리츠 시장의 '옥석 가리기'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특히 대기업을 스폰서로 둔 리츠와 제이알글로벌리츠 같은 독립형 리츠 간 신용도 차이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리츠, 한화리츠, 롯데리츠 등 대기업 계열 리츠들은 A+에서 AA-급의 우량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일반 은행 담보 대출보다 금리가 100bp(1%포인트) 이상 낮은 회사채나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다양한 경로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독립형 리츠는 조달 비용이 높을 뿐 아니라 시장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금줄이 막히는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리츠 시장 전반의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주가 하락으로 인해 배당 수익률이 매력적인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주요 리츠의 예상 배당 수익률은 롯데리츠 6.4%, 디앤디플랫폼리츠 8.0% 등으로 예금 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대체투자팀장은 "제이알글로벌리츠 이슈는 환 정산금 및 가치 하락 리스크 대비가 미비했던 예외적인 상황으로 이를 리츠 업계 전반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위기 발생 시에는 차입 구조를 다변화하고 자금 조달 역량이 검증된 상위 등급 리츠 중심으로 차별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주미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리츠의 평균 담보인정비율(LTV)은 약 57% 수준으로 과도하지 않으며 자산 매각이나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는 대형 리츠들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