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7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개인 투자자 체감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수 상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쏠림 장세'가 이어지면서,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수익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5000과 6000을 연이어 돌파하며 전례 없는 상승 흐름을 보이자 개인 투자자들도 뒤늦게 시장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록적인 랠리에서 본인만 소외될 것을 우려하는 '포모(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유입된 자금이 시장 전반으로 퍼지지 않고 특정 대형주에만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총 16조6960억원을 사들였다. SK하이닉스도 6조6951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전체 개인 매수 금액 1099조원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만 4분의 1 수준인 279조원(25.4%)이 집중됐다. 개인 자금이 소수 종목에만 몰리는 극심한 '쏠림' 현상이 지표로 확인된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지수와 체감 수익률 사이의 괴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상승 종목은 극히 제한적이며, 상당수 종목은 여전히 박스권에 갇혀 있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승 종목이 190여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690여개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는 "체감 지수는 여전히 3000선 수준"이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지수는 계속 오르는데 내가 들고 있는 종목들은 크게 움직이지 않아 괴리감이 크다"며 "결국 대형주만 오른 것 같아 괜히 소외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수 급등에 오히려 투자가 망설여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지수만 보고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커졌다"며 "지금이라도 따라 들어가야 할지, 아니면 다른 종목을 기다려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상장사들의 실적 역시 반도체 쏠림이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 상장사 연결 영업이익 122조원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약 77%(94조8431억원)를 차지하며 실적이 일부 기업에 집중된 구조가 확인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두 기업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일 종가 기준 코스피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5685조8042억원) 중 삼성전자(1359조2598억원)와 SK하이닉스(1031조2803억원)의 합산 비중은 42.04%로 집계됐다. 올해 초 코스피가 4200선일 때 35.22%였던 것과 비교하면 7% 가까이 늘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이익 모멘텀(상승 동력)이 좋다고 하나 이 두 종목을 제외한 코스피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장기 횡보 중"이라며 "올해와 내년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추정치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가까이 올라와 증시 자체의 반도체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 같은 쏠림 장세는 향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정 종목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해당 종목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경우 지수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상승 흐름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종목 전반으로 수급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종 순환매와 중소형주 반등 여부가 향후 증시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실적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된 만큼 단기적으로는 차익 실현 매물 출회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면서 "매크로 측면에서도 고유가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