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7000포인트를 돌파한 6일, 삼성전자(005930)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 1조달러(1500조원)를 넘었다. 아시아 기업 가운데 시총 1조달러 고지를 밟은 곳은 대만 TSMC에 이어 삼성전자가 두 번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주가 흐름이 개별 종목의 강세를 넘어, 올해 5000·6000·7000포인트를 잇달아 돌파한 코스피 지수의 상승 랠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밸류체인 확장에 따른 이익 증가에 더해 고질적인 저평가(디스카운트)를 해소하면서 가계·연기금·외국인 자금을 동시에 빨아들이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코스피 지수 역시 글로벌 AI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상장사 이익이 대폭 증가하는 상황을 바탕으로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저평가 상태를 해소하는 국면에 있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7000포인트를 넘은 6일 여당 최고위원회의장 모습./연합뉴스

최근 코스피 지수의 가장 강력한 상승 동력은 AI 산업 확산에 따른 상장사의 실적 개선 기대다.

국내 상장사의 이익 추정치는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현재 주가를 향후 1년 기업이 벌어들일 순이익 전망으로 나눈 값을 의미하는 '12개월 선행 PER'은 7.18배로, 과거 코로나 팬데믹(7.52배)이나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불황이 겹친 2018년(7.62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AI 투자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전력, 발전(원전, SMR, 엔진, 신재생), 저장(ESS) 관련 상장사의 실적이 대폭 개선된 덕분이다.

코스피 지수가 올해 80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 골드만삭스의 전략가들은 "한국 증시에선 반도체 산업 외에도 로봇, 에너지 설비, 원자력 등 AI 관련 분야에 진출한 기업이 상당히 많다"며 "미국의 재산업화 노력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위산업과 조선업 분야도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한국 증시를 대하는 해외 투자자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지난달 발표한 한국 주식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한국에 구조적 강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AI 산업 확장에 필수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고 자본집약도, 제조역량, 엔지니어링 규모 등 한국의 전통적 강점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상장사의 이익 증가가 우리 증시의 체력을 키웠다면 수급 측면에서는 정책 변화가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증시 활성화 대책이 자금 유입의 물꼬를 텄다는 분석이다.

상법 개정 등을 중심으로 한 제도 개선 기대 속에 가계 여유자금과 퇴직연금이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연기금 등 기관 자금도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고, 외국인 수급도 가세했다.

최근에는 '해외 개미'도 직접 우리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외국인 통합계좌를 허용하면서 번거로운 절차 없이 해외 개인 투자자도 한국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가 삼성증권(016360)을 통해 한국 주식을 직접 매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번주부터 개통했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매수 상위 창구에 삼성증권이 오른 이유는 해외 개미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이는 주주 이익을 향상시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 분위기가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하고 있지만, 한국 증시가 완전히 재평가받고 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정부가 설계한 정책 시행을 넘어 실제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