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시장이 AI(인공지능) 붐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낙관론 속에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2일 외신에 따르면 S&P500과 나스닥 지수 등 미국 주가는 AI 관련 반도체 주식이 주도하면서 연일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AI에 필요한 CPU(중앙연산처리장치)를 생산하는 인텔의 주가는 최근 급등했는데, 일일 주가 상승 폭은 1987년 이래 가장 컸다. 이러한 주가 상승은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AI 붐을 낙관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로봇 등이 사용자의 지시를 일일이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여 사용자의 수요에 맞는 해법을 찾는 자율형 AI 시대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된 인프라 투자가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나 인텔·AMD의 CPU 반도체가 필수적이며, 이러한 수요를 미리 반영해 인텔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의 거대 IT(정보기술)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빠른 속도로 늘려 총투자 규모가 6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 붐에 대한 투자자들의 견해가 워낙 낙관적이어서 이렇게 빠르게 증가하는 투자 속도가 언제 둔화될지 아직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I 붐의 수혜주인 반도체 주식은 기본적으로 경기순환주이다. 반도체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왔고, 이에 따라 주가도 등락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AI 붐은 너무 강렬해 반도체 경기의 정점과 저점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래서 인텔이나 AMD가 만드는 CPU 수요는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반도체를 넘어 AI와 관련된 연결망 기업들도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이란 전쟁의 불확실성이나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고공행진하는 유가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수개월간 주가가 계속 최고점을 경신할 것으로 본다. 특히 AI 관련주이면서도 AI 기술 혁신으로 악영향을 적게 받을 전력 관련 주식을 주목하라고 추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낙관론 속에서 의구심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는 기업들이 대규모 AI 시설 투자에 나서면서 보유한 현금이 급격하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회계상 이익이 나도 현금흐름이 좋지 않으면 배당을 하기 어렵고 흑자 부도를 맞을 수 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올해 1분기에 37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매출이 전분기보다 28%나 증가했다. 투자자들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매우 좋은 실적이다. 하지만 아마존이 보유한 잉여현금은 작년 1분기 약 260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12억달러로 1년간 95%나 감소했다. 잉여현금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를 하고 빚을 갚은 뒤에 남는 현금이다. 기업은 이 잉여현금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하거나 주주들에게 배당을 한다.
아마존은 잉여현금이 급격히 감소한 이유에 대해 지난 1년간 영업 활동을 통해 이익이 30%나 늘었지만, 더 큰 폭으로 AI 관련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마존은 올해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위주로 432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는 "인공지능 관련 대규모 투자로 당분간 현금 사정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적이 더 좋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해 이미 확보한 수주가 3640억달러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메타의 경우에도 사정이 비슷하다. 메타는 올해 광고 단가가 작년보다 12%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동시에 올해 시설 투자 규모도 당초 추정한 규모보다 10%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 단가가 올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기도 하지만 대규모 시설 투자가 영업이익을 상쇄하는 형태이다.
이에 따라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의 관심은 AI 서비스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가 매출이나 영업이익의 증가로 이어지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투자가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주주들에게 배당을 제대로 줄 수 없을 뿐 아니라, 과잉투자를 줄이는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반도체 제조업체의 수익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