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손해보험 소비자보호 협의체' 출범식이 열렸다. 앞줄 왼쪽부터 보험연구원 변혜원 박사, 손해보험협회 오홍주 전무, 손해보험협회 이병래 회장, 인천대학교 조혜진 교수, 뒷줄 왼쪽부터 굿리치 정인섭 부문장, 녹색소비자연대 김재철 대표, 삼성화재 한호규 부사장, 한화손해보험 서지훈 부사장, 법무법인 율촌 도효정 변호사./손해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가 금융 당국의 소비자 보호 강화 기조에 맞춰 금융권 최초로 소비자 보호 협의체를 출범했다. 특정 이슈가 불거진 뒤 수동적으로 대응해 온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업계 스스로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손보협회는 28일 서울 협회 본사에서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손해보험 소비자보호 협의체' 출범식 및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금융권 최초 자율 소비자 보호 기구

협의체는 학계·법조계·소비자 단체·연구기관·보험업계·판매 채널 위원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인천대 소비자학과 조혜진 교수, 법무법인 율촌 도효정 변호사, 녹색소비자연대 김재철 대표, 보험연구원 변혜원 선임연구위원이 외부 전문가로 참여하며, 한화손보 서지훈 부사장과 삼성화재 한호규 부사장, 굿리치 보험대리점 정인섭 부문장이 업계 및 판매 채널 위원으로 참여했다. 분기별 개최를 원칙으로 운영되며, 협의체 의장은 손보협회 오홍주 전무가 맡는다.

이병래 손보협회 회장은 출범식 환영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업권 스스로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힘써 쉬지 않고 노력함)의 각오로 근본적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자율 기구를 출범시킨 것이 뜻깊다"며 "신뢰 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경쟁력 강화의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홍주 전무는 단순 의견 수렴에 그치지 않고 안건 발굴, 심층 논의, 과제 이행, 사후 관리의 4단계 프로세스를 통해 실질적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혜진 위원은 "그동안 다소 보수적이었던 손보업권이 외부 전문가들과 소통해 적극적으로 금융 소비자보호를 추진하고자 한 점은 매우 진정성 있는 행보"라며 "소비자 중심 경영 문화가 업권 내 공고히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과실 비율 산정 기준 손본다

1차 회의에서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 수정 요소 개선과 AI(인공지능) 광고 심의 시스템 도입 등 2개 안건이 논의됐다.

첫 번째 안건은 과실 비율 산정의 객관성 제고다. 손보협회는 법원 판례와 법령을 참고로 만든 국내 유일의 공식 기준인 '자동차 사고 과실 비율 인정 기준' 가이드라인(총 254개 사고 유형)을 운영하고 있다. 현행 방식은 기본 과실 비율에 야간 시야 장애·추월 차로·보행자 급진입 등 상황별 수정 요소를 가·감산하는 구조인데, 수정 요소가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고 주관적·모호한 내용이 많아 동일·유사한 사고에도 과실 비율 편차가 발생하는 등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협의체는 핵심 항목 중심으로 수정 요소를 재정비하고 주관적 판단 요소를 명확화·객관화하기로 했다. 향후 인정 기준 개정 시 업계 TF(태스크포스) 및 연구 용역을 통해 구체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반영할 예정이다.

◇AI로 보험 광고 실시간 감시

두 번째 안건은 AI 광고 심의 시스템 도입이다. 온라인 채널 영업 확산으로 광고 심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온라인 영상 광고 심의 건수는 2022년 8629건(전체의 49.6%)에서 2025년 1만9288건(65.6%)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협의체는 AI가 금지 표현과 소비자 오인 소지 문구를 1차 자동 스크리닝하고 협회 심의 인력이 최종 검증·확정하는 자동 심의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도입은 3단계로 추진된다. 연내 완료 목표인 1단계에서는 인쇄물·온라인 텍스트 광고에 먼저 적용하고, 2027년 이후 2단계에서 영상 광고 음성·자막까지, 3단계에서 화면 표시 등 전 영역으로 확대한다. 실시간 탐지 체계는 AI 기반 웹크롤링으로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내 광고물을 상시 모니터링해 불법 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차단한다.

손보협회는 법령 개정이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사안은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하고, 즉시 시행 가능한 사안은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회의를 통해 신속히 이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