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해 리테일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CMA는 종금사 라이선스 덕분에 원금이 보장된다. 과거 메리츠종합금융증권(현 메리츠증권)이 예금자 보호 장점을 앞세워 자금을 쓸어 담은 바 있다. 현재 예금자 보호가 되는 CMA를 판매하는 곳은 국내 증권사 중 우리투자증권이 유일하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 CMA 금리는 2%대 후반~3%대 초반으로 은행 예금과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자금 몰이를 하진 못하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투자증권이 예금자 보호란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긴 하지만 매력적인 금리를 제시하지 않는 한 리테일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의 5일 기준 CMA 잔고는 1119억원이다. 이는 문을 연 지난달 1일보다 2억원 많은 수준이다. 한 달여 동안 잔고 추이에 소폭 등락은 있었지만 1100억원대에서 머물렀다.
우리투자증권의 주력 CMA는 발행어음형이다. 고객이 CMA 계좌에 예치하면 이를 발행어음으로 전환해 수익률을 높이는 상품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최고 전액 손실을 볼 수 있는 기존 증권사의 발행어음과는 달리 은행의 예·적금처럼 예금자 보호 상품이라는 게 차이점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영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체 신용으로 투자자에게 발행하는 일종의 채권으로, 만기는 1년 이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춘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5대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지주 산하 증권사이긴 하지만,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1조1096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종합금융사가 끼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이 합병해 탄생했다. 종합금융사는 발행어음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우리투자증권은 우리종금의 발행어음 사업을 그대로 이어받아 자기자본이 1조원임에도 발행어음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종합금융사에서 나온 발행어음형 CMA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다.
과거 메리츠증권이 한불종금을 인수해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증권으로 출범한 후 발행어음형 CMA를 많이 팔아 사세를 급격히 키운 적이 있다. 종합금융사의 발행어음은 발행 한도도 없다.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00%까지만 융통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종합금융사는 공격적으로 여신을 받아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것이다. 과거 메리츠종금 초기 시절인 2010년 자기자본은 5251억원이었는데, 겸임 기간이 종료된 2020년엔 4조5471억원으로 늘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메리츠종금은 원금이 보장된다는 점을 이용해 발행어음형 CMA를 적극적으로 영업했다”며 “발행 한도 제한도 없어서 비즈니스가 빠르게 클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투자증권이 메리츠종금처럼 CMA 자금을 대규모로 끌어들이긴 쉽지 않다고 본다. 현재 금리가 경쟁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의 CMA 잔고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배경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수시입출금식 발행어음형 CMA의 최고 금리는 3.10%다. 은행 수시입출금 통장의 금리보다는 높지만 정기 예금 평균(3.37%)보다는 낮다. 그마저도 1000만원을 초과하면 CMA 금리가 2.90%로 내려간다. 과거 5%대 금리가 적용된 메리츠종금 CMA보다 현저히 낮다.
10년 뒤엔 원금이 보장되는 발행어음형 CMA를 내놓을 수 없어 우리투자증권은 이 기간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 10년 뒤엔 종합금융업 라이센스를 반납해야 해서다. 법상 종합금융업과 증권업을 동시에 영위할 수 없는데, 금융위원회는 회사의 혼란을 고려해 우리투자증권에 10년의 겸임 기간을 허락했다.
우리투자증권이 그 이후에도 발행어음 사업을 계속하려면 그 안에 자기자본 4조원을 만들어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받아야 한다. 우리투자증권이 출범 당시 “10년 이내에 자기자본 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건 발행어음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우리투자증권 발행어음 사업과 관련해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기자본 1조원을 조금 넘는 증권사가 발행어음 사업을 하는 건 특혜라는 것이다. 인가권을 쥔 금융위는 “메리츠종금은 물론이고 LG종합금융(현 NH투자증권)에도 모두 종합금융업 겸임 기간을 10년 준 바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금융위는 합병 또는 전환으로 신설되는 금융기관과 존속하는 금융기관에 겸임 기간을 10년 준다고 돼 있다. 투자자 보호 또는 건전성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기간을 10년 아래로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