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4월 28일 15시 5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지난해 말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힐하우스캐피탈이 금융당국과의 사전 협의 단계에도 들어서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회사 M&A에서는 일반적으로 본계약 체결 전후로 심사 쟁점 등을 당국과 미리 협의한 뒤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힐하우스가 이 같은 절차에 착수하지 않고 있는 만큼, 인수 동력이 약해졌거나 완주에 대한 확신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는 작년 12월 이지스운용 인수 우협으로 선정된 이후 현재까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당초 시장에서는 힐하우스가 실사와 계약 조건 협상을 마무리하는 대로 SPA를 맺고, 곧바로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힐하우스는 아직 금융당국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위한 사전 협의에도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금융회사 M&A에서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인수 구조와 인수 후 경영계획, 자금 조달 방안, 심사 쟁점 등을 정리한 뒤 당국과 사전 협의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당국이 보완 사항을 제시하면 추가 자료를 제출하거나 구조를 조정하고, 이후 접수 가능 단계라고 판단되면 대주주 변경승인 신청서를 정식 제출한다. 금융당국은 신청서 접수 이후 6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위한 사전 협의는 통상 SPA 체결 이후 본격화된다. 다만 이번 이지스운용 M&A처럼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더라도 계약금이 몰취되는 조건이 붙었을 때는, 인수자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당국과 먼저 사전 협의를 진행한 뒤 SPA 체결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업계 일각에서는 힐하우스가 금융당국에 "찾아가도 되겠냐"고 물었으나 거절당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태광그룹이 본입찰 단계에서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이지스운용 최대주주 등을 경찰에 고발한 만큼, 금융당국이 법적 리스크가 다 해소되고 난 뒤에 찾아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힐하우스 입장에선 금융당국에 찾아가 봤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으니 사전 협의를 시도해보지 않고 접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힐하우스의 이지스 인수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IB 업계에서는 힐하우스가 이지스운용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이 잇달아 운용사를 다른 곳으로 교체하면서, 이지스의 핵심 투자 매력으로 꼽혀온 국민연금 위탁 운용 기반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관련 기사 ☞[단독] 국민연금, 이지스운용 출자금 뺄 가능성 거론... 매각 제동 걸리나)
이에 힐하우스도 이지스운용의 기업가치를 작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역삼 센터필드 운용사가 이지스에서 코람코자산운용으로 교체됐으며, 마곡 원그로브 역시 운용사 교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2대주주이자 그동안 이지스를 실질적으로 경영해 온 조갑주 단장이 이날 5년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한 만큼, 향후 경영권 매각의 키는 조 단장이 쥘 것으로 전망된다. 힐하우스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만큼, 업계에서는 조 단장과 최대주주 손화자씨 등이 물밑에서 다른 인수 후보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최근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에 이지스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