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채권이 있었던 A씨는 최근 통장 압류 통지를 받았다. 그동안 별다른 추심이 없었던 대부업체가 압류 절차를 진행한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몇 년째 조용하던 대부업체가 갑자기 통장을 묶었다", "오래된 채권인데 강제집행 예고장이 날아왔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장기 연체 채권을 매입해 취약 차주의 재기를 돕는 '새도약기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오히려 압류와 채권 추심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권 추심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채권을 장기로 보유하며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자, 대부업체들이 회수 가능한 채권을 서둘러 정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정서희

24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민사집행 사건 중 채권·재산권 강제집행이 70~80%를 차지하는 '기타집행' 건수는 2025년 1~3월 27만5009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29만7713건으로 약 8.3% 늘었다. 올해 3월 건수는 11만1454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8% 증가했다. 채권·재산권 강제집행은 통장 압류와 급여 압류 등 채권 압류·추심 절차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강제집행이 늘어난 이유로는 채권 추심 관련 규제 강화가 꼽힌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개인채무자보호법을 개정해, 채무자가 대출 연체로 '기한의 이익(기한이 되기 전까지 당사자가 누리는 이익)'을 상실하더라도 잔액 전부에 연체이자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빌린 채무자가 이번 달 갚아야 할 원리금 50만원을 연체했다면, 과거에는 연체된 50만원이 아닌 1000만원에 높은 연체 이자율이 적용됐다. 그러나 이제는 실제 연체된 금액인 50만원에 대해서만 연체 이자가 붙고,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950만원에는 약정 이자만 붙는다. 대부업체들은 연체 채권을 장기간 보유하더라도 이전처럼 이자를 더 받을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작년 10월에 도입한 새도약기금 영향도 있다. 새도약기금은 장기 연체 채권을 원금의 5% 가격으로 매입한 뒤, 원금 감면이나 채무 조정 등을 통해 취약 차주의 재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올해 10월까지 장기 연체 채권 매입을 추진하며 대부업권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도약기금에 장기 채권을 매각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지 않은 만큼, 대부업체는 최대한 연체 채권을 추심하는 게 이익이다. 대부업체는 통상 액면가의 25% 수준으로 부실 채권을 매입한 뒤 추심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 대부업계는 액면가의 25%를 주고 산 연체 채권을 5%의 가격으로 팔면 손해라고 주장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대부업체들은 금융 당국의 권고에 따라 추심을 최대한 자제했다"면서 "그러나 규제가 점점 강화돼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면 더 적극적으로 추심 업무를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