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처음 보급될 때 배관을 먼저 깐 회사들이 시대를 주도했습니다. 웨이브릿지는 지금 한국 디지털 금융의 배관을 깔고 있습니다. 10년 후 한국 기업이 가상 자산으로 투자하고 전 세계와 거래할 때, 그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는 웨이브릿지가 될 것입니다."
웨이브릿지는 기관과 법인이 가상 자산 시장에 진입하려 할 때 거쳐야 하는 인프라를 운영하는 회사다. 웨이브릿지의 사업 토대는 '프라임 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다. 프라임 브로커리지는 ▲자산운용사 ▲금융기관 ▲고액 자산 등 법인과 기관을 대상으로 가상 자산의 거래·보관·정산을 관리하는 업무다. 은행으로 비유하면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고액 자산가 대상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과 비슷하다.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는 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을 거쳐 핀테크 스타트업 콰라소프트(QARAsoft)를 창업했다.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로봇과 투자전문가 합성어) 서비스를 운영했고 투자금을 회수한 뒤, 2018년 웨이브릿지를 다시 창업했다. 다음은 오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가상 자산 커스터디를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가 거래소 애플리케이선(앱) 하나로 모든 것을 끝내듯, 기관은 프라임 브로커 한 곳을 통해 모든 것을 처리한다. 이 모든 기능의 토대는 결국 커스터디다. 자산이 안전하게 보관돼 있지 않으면 거래도, 정산도, 리스크 관리도 의미가 없다. 프라임 브로커리지의 모든 서비스가 작동하려면 그 기반에 신뢰할 수 있는 커스터디가 있어야 한다. 커스터디가 기반이 돼야 그 위에 거래·정산·결제 인프라를 안전하게 얹을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서비스가 있나.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 싱가포르 달러, 브라질 헤알, 호주 달러 등 6개 통화권 스테이블코인 11종에 대한 수탁을 개시했다. 멕시코 페소, 홍콩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팍소스와 USDG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골드만삭스·BNP파리바·HSBC·DTCC 등 600개 이상 글로벌 기관이 참여하는 칸톤 네트워크(Canton Network)의 국내 첫 커스터디 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과의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카드사의 디지털자산 결제 시스템, 비트코인 현물 ETF 프라임 브로커리지, 외국인 관광객 현장 결제 서비스 등 6개의 개념 검증(PoC·Proof of Concept)을 국내 주요 금융기관·카드사와 협력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정비되는 시점에 시범 단계에서 상용 서비스로 즉시 전환할 수 있다."
칸톤 네트워크는 골드만삭스, BNP파리바 등 600개 이상 글로벌 기관이 참여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다. 칸톤의 월간 토큰화 거래량은 8조달러(약 1경2000조원)에 달한다.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무역 결제 구조에 어떤 변화가 오나.
"현재 국내 기업이 싱가포르 거래처에 대금을 보내려면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국제 송금망을 통해 보내고, 싱가포르에서 다시 싱가포르 달러로 환전한다. 단계마다 수수료가 붙고 도착까지 최대 사흘이 걸린다. 주말이 끼면 더 길어진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이 과정이 한 단계로 줄어든다. 도착까지 수 분, 수수료는 대폭 축소되고 365일 24시간 가능하다.
이번에 11종 수탁을 시작한 것은 이 구조의 첫 번째 조건을 갖춘 것이다. 어떤 통화의 스테이블코인이든 안전하게 받아 보관하고, 필요할 때 다른 통화로 교환해 보낼 수 있는 인프라를 연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가상 자산이 외국환·결제수단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금융권과 협업해 인프라를 함께 설계하고 시범 운영하는 단계다. 제도화가 되는 시점에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이후 웨이브릿지의 역할은.
"크게 인프라 구축, 재무 자산 관리 시스템, 자산 운용이다. 기업이 해외 거래처와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할 때, 그 뒤에서 작동하는 교환·보관·정산 인프라를 웨이브릿지가 제공하게 된다. 카드사는 자사 결제망에 스테이블코인 처리 기능을 얹을 수 있고, 은행은 외환 송금 상품에 24시간 온체인(On-Chain·블록체인상의 네트워크) 정산 옵션을 더할 수 있다.
기업이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을 재무 자산으로 보유·운용하려 할 때 커스터디부터 거래 집행, 리스크 관리, 회계까지 단일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제공한다."
─웨이브릿지의 향후 목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정비되는 속도에 맞춰 기관과 법인이 가상 자산 업무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전통 은행이 예금을 받아 그 위에 대출·환전·송금을 얹듯, 웨이브릿지는 가상 자산을 받아 그 위에 보관·교환·정산·운용을 얹는 구조다. 기관과 법인이 가상 자산 시장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웨이브릿지를 창업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