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316140) 주주인 푸본현대생명의 보험 상품을 파는 직원에게 성과 평가 시 가산점을 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푸본현대생명은 우리금융지주 지분 약 4%를 갖고 있으며 이사회 구성원인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우리은행이 모(母)회사 주요 주주인 푸본현대생명의 보험 상품을 파는 직원에게 평가 가산점을 준 것은 고객보다 주주를 먼저 챙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러스트=나노바나나

우리은행이 푸본현대생명 상품 판매에 가산점을 주자 판매는 크게 늘었다. 작년 한 해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보험 상품 중 푸본현대생명 비율은 15.8%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우리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된 ABL생명(13.8%)보다 높은 비율이다. 대만계 보험사인 푸본현대생명은 생명보험사 중 자본 규모가 10위권 바깥인데, 우리은행에서만 판매가 독보적으로 많았다.

은행에서 KPI는 승진과 직결돼 있어 점수를 높게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이 모회사 과점 주주의 금융 상품을 많이 팔도록 KPI를 설계한 것은 내부 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PI가 특정 상품 판매와 연동돼 있으면 은행 직원들은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보다는 그 상품을 가장 먼저 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우리은행 직원은 "보험 상품을 팔 때는 (KPI 가점이 있는) 푸본현대생명 상품부터 팔아야 한다는 생각을 누구나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직원 핵심 성과 지표(KPI·Key Performance Index)에서 푸본현대생명 상품 판매 가산점을 삭제했다. KPI에서 가산점이 사라지자 푸본현대생명 보험 상품 판매는 급감했다. 올해 1~2월 우리은행의 생명보험사 판매 비율 공시를 보면 계열사인 ABL생명이 31.2%로 가장 많았고 교보생명(12.2%)·동양생명(10.1%)·한화생명(8.8%)이 뒤를 이었다. 푸본현대생명의 비율은 1%에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푸본현대생명 상품 판매에 가점이 있을 때는 1위였다가 가점이 사라지니 1%대로 급락했다는 것은 우리은행 직원들이 KPI를 높게 받기 위해 푸본현대생명 상품을 팔았다는 방증"이라며 "우리은행이 소비자보다는 주주를 먼저 챙긴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