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에서 내부 문제로 공석이 된 고위직 자리를 놓고 후보군들이 서로를 깎아내리는 내용을 담은 투서가 난무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림축산식품부 감사에 이어 올해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특별 감사까지 받고 있는데, 내부에서는 주요 자리를 놓고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

6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농민신문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이 서로에 대한 악평을 담은 투서를 농협 내부에 공유하는 등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러스트=제미나이 나노바나나2

앞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뇌물 1억원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는 데 이어 농식품부 감사를 통해 공금을 낭비한 사실이 드러나자 겸직 중이던 농민신문사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 여영현 상호금융대표이사, 김정식 농민신문사 사장도 자리를 내려놨다.

강 회장은 농협중앙회장으로 약 3억9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농민신문사 회장으로는 3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투서에는 "농민신문사 차기 사장으로 거론되는 전 임원 A씨는 강호동 회장과 함께 뇌물 1억원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전 임원 B씨도 계열사 고위직에 재취업할 거란 이야기가 나온다", "농협의 개혁 의지를 보여주려면 사법적 흠결을 지닌 이들은 고위직에서 배제해야 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농협중앙회는 현재 국무조정실 주도하에 특별 감사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중 농협중앙회에 대한 정기 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말 농식품부 업무 보고에서 "농협은 진짜 문제다. 선거 과정에 불법도 많고 구속되고 수사하고 난리던데,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수사를 의뢰하고 감사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리 싸움이 벌어지는 걸 두고 내부에서는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농협 내부 관계자는 "조직 쇄신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농협 올드보이(old boy)'들이 알량한 투서를 주고받는 걸 보면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