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 기업이 중남미 무기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금융 공공기관의 수출 길도 열릴 전망이다. 방산 기업이 중남미 국가에 무기를 수출하면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이 해당 국가에 대출과 보증을 제공하는 형태다. 최근 한국 무기 수입을 시작한 페루 정부가 금융 지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5일 외교 당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페루 정부는 한국 무기를 수입하면서 한국 국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방안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페루 정부는 지난해 12월 현대로템(064350)과 지상 장비 공급을 위한 총괄 합의서를 체결했다.

지난해 4월 24일(현지 시각)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 10회 국제 국방 및 재난 방지 기술 전시회(SITDEF)에 현대로템의 K2 전차 실물이 전시돼 있다. /현대로템 제공

총괄 합의서에는 페루 육군이 현대로템과 협업해 K2 전차 54대와 K808 차륜형 장갑차 141대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총 2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총괄 합의서를 토대로 세부 수출 조건과 금액 등을 협상해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페루 정부는 한국 정책금융 기관의 수출 금융 이용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은 지난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 9월 중남미 출장 중 현지 대사들과 만나 중남미 국가의 방산 수요가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황 행장은 최종욱 주한 페루대사의 주선으로 페루 정부 관계자들과 금융 협력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출입은행은 정부와 페루 방산 수출 금융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페루 정부는 아직 한국 측에 수출금융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진 않았다. 페루 정부는 한국 무기를 자체 예산으로 살지, 한국 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을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페루 정부가 수출금융을 공식 요청하면 국내 정책금융기관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페루 국가 신용등급은 BBB로 한국 정책금융기관이 수출금융을 주선하는 데 문제가 없는 '투자 적격' 수준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폴란드형 K239 천무 다연장 로켓 발사 시스템(MRLS) 호마르-K. /폴란드 국방부 제공

방산 업계에서는 국제 무기 수출 경쟁에서 금융 지원 조건이 성패를 가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과 폴란드 간 방산 계약에서도 금융 조건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K2 전차, K9 자주포, FA-50 등을 수입하면서 구매 비용 상당 부분을 대출·차관 형태로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약 7조2000억원의 금융을 지원했다. 한국 기업이 뛰어든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역시 국가 간 금융 경쟁이 치열하다.

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페루 정부가 한국 수출 금융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보통 수입국은 수입 비용 조달을 계약 마지막에 결정한다. 공식 요청이 오면 내부 심사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