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300억원대 재산 내역을 신고한 가운데, 국내 주식은 모두 팔고 애플·월트디즈니 등 해외 주식만 보유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원장은 이달 초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이른바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는데, 본인의 투자 행보와는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30일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자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작년 8월 취임 당시 기준으로 본인·배우자·장남 명의로 384억8900만원을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다. 이 원장은 이번에 재산이 공개된 현직 고위 공무원 중 재산 순위 2위를 기록했다.
신고 당시 이 원장 본인의 보유 주식은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을 더해 10억5921만원이었다. 국내 주식은 KB금융(105560), 신한지주(055550), 우리금융지주(316140), 기업은행(024110) 등을 보유 중이었으나 이해 충돌 방지를 위해 취임 후 전량 매각했다.
그러나 해외 주식은 팔지 않고 리커젼파마슈티컬스(7150주), 소파이테크놀로지스(110주), 애플(100주), 온홀딩(140주), 월트디즈니(25주), 테슬라(66주), 록히드마틴(20주) 등을 보유 중이다.
정부는 올해 초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자 서학개미가 해외 주식에 투자하느라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이 원장은 지난 13일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코스피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해외 주식 투자 및 외화 금융 상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금융 당국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를 자제시키기 위해 금융 업계에 손실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등 투자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취득을 자제시키면서 이 원장은 거액의 해외 주식을 보유 중인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미국 빅테크 주식을 대거 보유 중인 서학개미로 드러났다"며 "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와 비전을 불신한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