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 투자할 때 3년 이상 여유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합병된 스팩은 주식처럼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팩과 합병하는 기업의 가치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스팩도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여러 스팩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스팩의 장점은 안전성·유동성·수익성· 편의성 등이다"라며 "스팩은 초보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 방법이다. 스팩은 아는 사람은 매우 좋아하는 것이지만,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투자처"라고 했다. 금융 교육 컨설팅 업체인 웰스에듀의 조재영 부사장은 NH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에서 20년간 프라이빗뱅커(PB)로 활동한 금융 전문가다. 그는 "스팩은 비상장 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인 만큼 스팩 자체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스팩 상장 건수 대비 합병 성공률이 높은 증권사 스팩에 청약하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팩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스팩은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약자로,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 목적 회사다. 기존 기업공개(IPO) 절차를 간소화해 비상장 기업이 빠르게 상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공모라는 절차를 통해 상장하는데, 이미 상장된 스팩과 합병을 하면 비상장 기업이 빠르고 간편하게 상장할 수 있다. 9월 18일 기준 78개 스팩이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다. 내가 상장을 원하는 비상장 기업이라면 이미 상장된 78개 스팩 가운데 하나와 합병하면 자연스럽게 상장사가 되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공모주와 비교해 스팩의 장점은 무엇인가.
"스팩 투자의 첫 번째 장점은 안전성이다. 투자자는 스팩이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3년 내에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공모주를 포함한 일반 주식 투자와 비교해 안전성이 월등히 높다. 스팩은 코스닥에 상장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매수 및 매도가 가능하다.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스팩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상장 기업과 합병할 경우 주가 상승에 따른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합병에 반대할 때에는 주식 매수 청구권(풋옵션)을 통해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도할 수 있다. 의무 보유 확약(일정 기간 공모주를 팔지 않겠다는 약속), 기관 배정, 수요 예측 경쟁 등 절차가 복잡한 공모주와 달리 스팩은 이런 절차가 없어 투자 접근성이 좋다. 특히 일반적인 공모주 청약의 경우 경쟁률이 높아 배정 물량을 받기가 쉽지 않지만, 스팩은 공모주 대비 경쟁률이 낮아 물량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다."
투자 가치가 높은 스팩을 고르는 방법은.
"스팩은 비상장 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인 만큼 스팩 자체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스팩 상장 건수 대비 합병 성공률이 높은 증권사 스팩에 청약하는 방법은 고려해 볼만하다. 다른 스팩 대비 합병 성공 가능성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팩 투자의 잠재적 위험은.
"원금과 이자를 되돌려 받는 것은 3년간 합병에 실패했을 때로 한정된 만큼 3년 이내에 필요한 자금은 스팩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비상장 기업과 합병해 합병 기업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이때부터는 일반 주식과 똑같은 투자 리스크에 노출된다. 언제든 주가가 하락하면서 손실 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스팩은 매도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스팩과 합병하는 기업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합병하기 전 매도하거나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좋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지만 내가 원하는 매도가에 사고자 하는 매수자가 없으면 유동성은 의미 없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팩과 합병을 통해 상장하는 기업의 특징은 뭔가.
"자본금을 안정적이고 빠르게 조달하고자 하는 기업이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스팩과 비상장 기업 간 합병은 우량 기업과 합병을 통해 상장 차익을 얻으려는 스팩의 이해관계와 빠른 상장을 통해 자본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비상장 기업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성사된다."
스팩 투자는 누구에게 적합한가.
"스팩은 초보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 방법이다. 합병이 성사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도 원금과 이자를 3년이 지난 시점에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금에 수익까지 보장되니 은퇴자가 스팩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실제 2025년 5월에 '하나금융25호스팩' 이 합병되지 않아 청산됐는데, 당시 수익률은 10% 정도였다. 합병되지 않더라도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스팩은 아는 사람은 매우 좋아하는 것이지만,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투자처다."
국내 스팩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선돼야 할 규제나 제도적 보완점은.
"금융감독원은 2023년 12월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 기업의 실적 추정치와 실제 실적 간에 큰 괴리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2010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139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매출은 추정치의 18%, 영업이익은 추정치의 59%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괴리의 원인으로 기업이 미래 영업 환경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해 기업 가치를 부풀리고, 이를 막아야 할 증권사와 회계법인 등 외부 평가 법인이 합병 성공 및 업무 수임을 우선시해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스팩 자체 문제라기보다 스팩과 합병하려는 비상장 기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분석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스팩 투자를 고민하는 투자자가 기억해야 하는 조언은.
"스팩 투자에 유의할 점을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스팩에 투자할 경우 최대 3년간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3년 이상 투자할 수 있는 여유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둘째, 합병이 완료된 스팩은 더 이상 스팩이 아니다. 원금 보장 등 스팩 장점이 사라진 주식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셋째, 보유 중인 스팩과 합병하는 비상장 기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합병 후 주가가 더 오를지 내릴지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스팩도 분산투자는 필수다. 하나의 스팩에 투자하기보다 여러 개 스팩에 분산투자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Plus Point
존속 합병·소멸 합병, '스팩 합병' 두 가지 방식
스팩과 비상장 기업을 합병하는 방식은 존속 합병과 소멸 합병으로 나뉜다. 존속 합병은 상장된 스팩이 그대로 남아 있고, 비상장 기업이 스팩에 흡수돼 사라지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스팩의 상장 법인을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상장 기업의 법인이 소멸되면서 사업자등록 변경 등 복잡한 행정 절차와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2021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존속 합병만 가능했다. 스팩 도입 자체가 자금 조달을 통해 비상장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므로, 스팩의 법인을 유지하는 게 투자자 보호 및 관리에 적합하다고 판단해서다. 2022년 한국에 도입된 소멸 합병은 비상장 기업이 존속하고 스팩이 흡수돼 사라지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비상장 기업 법인과 업력, 재무제표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합병 이후에도 기존 사업 안정성이 보장되고 행정적 절차와 비용을 크게 줄인다. 이런 효율성 덕분에 소멸 합병은 빠르게 스팩 합병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비상장 기업으로서는 번거로운 절차 없이 신속하게 상장하고 안정적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으며, 기업 가치 평가 과정에서도 기존 업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멸 합병 방식은 도입 초기 스팩 주주의 주식 매수 청구권이 불분명하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금융위원회 및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 개정으로 논란은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소멸 합병이 기업의 효율적인 상장을 돕고 투자자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합리적인 제도로 평가받으며 국내 스팩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