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12월부터 6000가구 아파트의 중도금대출 납부가 시작되지만, 가계대출 관리 강화 대책 때문에 대출 절벽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 집단대출이 급증하자 금융 당국이 현장 점검에 나섰고, 은행도 여전히 대출 옥죄기를 지속하고 있다.
19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서울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디에이치 방배(3080가구), 래미안레벤투스(308가구) 등 6000여가구의 중도금대출 납부가 시작된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와 디에이치방배는 모두 로또 아파트로 불리며 청약이 대거 몰렸던 곳이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다음 달 말부터 중도금 납부를 시작한다. 59㎡형의 분양가는 15억2260만원으로, 중도금은 총 4회차에 걸쳐 분양가의 60%를 내야 한다. 회차마다 2억2000만원을 내는 셈이다.
디에이치방배 역시 다음 달 말 중도금 납부를 시작한다. 이 아파트는 중도금 60%를 6회로 나눠서 납부한다. 84㎡형 기준 분양가는 22억4400만원으로, 매 회차마다 2억2000만원씩 납부해야 한다. 도곡동 래미안레벤투스도 비슷한 시기 중도금 납부를 시작한다.
중도금 대출은 통상 사업자(조합 및 시공사)가 은행을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붙이고 낮은 금리를 제시한 곳을 선정한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와 디에이치방배와 같은 대단지 아파트는 보통 2~3곳의 은행을 중도금 대출 금융기관으로 선정한다.
일부 시중은행은 현재 이 아파트들의 중도금 대출 금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입찰 불참을 논의 중인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은행의 경우 지난달 가계대출이 역성장을 하면서 올해 추가 대출을 내줄 여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은행 역시 중도금 대출 금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B, C은행은 올해 가계 대출을 아예 닫았거나, 금융 당국 기조에 맞춰 추가 대출을 최대한 내주지 않기로 했다.
이 아파트들의 입주 규모가 6000여가구에 달한다는 점에서 중도금 대출이 1조원 이상 나갈 것으로 추산된다. 중도금 대출에 참여하는 시중은행은 연말부터 차례대로 수천억원의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셈이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런 대출 증가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이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잔금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섰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둔춘주공의 대출 한도를 9500억원으로 책정했으나 전체 대출 규모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입주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업계에선 입주 관련 대출만 약 3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호금융권도 집단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2금융권 주담대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상호금융에 대한 현장검사에 나서 집단대출 현황을 살피고 있다.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인 상황에서 새마을금고와 단위 농협 등이 대규모 재건축 단지 집단대출 등을 앞세워 가계대출 규모를 키웠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선 국내 부동산 시장의 핵심인 강남 3구에서도 집단대출이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단지 아파트의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까지 취급하면 내년엔 분기마다 수천억원의 대출 증가를 깔고 가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