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금리 조정을 통해 손쉽게 이자 이익을 거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금금리는 시장금리 인하를 빠르게 반영했으나, 대출금리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오히려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는 두 달 연속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은행권의 영업 행태에 금융 당국 수장마저도 “제조업과 달리 은행이 이익이 많이 나면 비판하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 금리와 저축성 수신 금리의 차이를 의미하는 예대금리차는 1.22%포인트로 전월(1.13%포인트)보다 0.09%포인트 커졌다. 지난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예대금리차가 커진 것이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1.05%포인트로 가장 컸다. 이어 ▲KB국민은행 0.98%포인트 ▲하나은행 0.68%포인트 ▲신한은행 0.53%포인트 ▲우리은행 0.43%포인트 순으로 집계됐다.
신규 대출에 대한 예대금리차가 커진 것은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인상하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며 대출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출자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실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9월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23%로 전월(4.08%)보다 0.15%포인트 높아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 금리를 내리면 대출 수요가 쏠릴 수 있어 대출 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상향 조정한 것”이라고 했다.
예금금리는 대출금리 인상 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이 연말 만기가 도래하는 정기예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으나, 대출금리만큼 그 폭을 크게 인상하지 않았다.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40%로 8월(3.35%)보다 0.0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예금금리의 인상폭은 대출금리보다 0.1%포인트 낮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권을 향한 이자 장사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예대금리차가 늘어난다는 의미는 곧 은행권의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의미다. 실제 5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6조5805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늘면서 지난 2022년 기록했던 역대 최고 실적을 훌쩍 넘어섰다. 3분기 누적 이자이익 총합은 37조6161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이 금리 조정만을 통해 손쉽게 수익성을 개선하다 보니 금융 당국에서도 이를 지적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자이익에 대한 비판은 궁극적으로는 은행의 혁신이 충분한가에 대한 질문이다”라며 “삼성전자가 이익이 엄청났다고 하면 다들 칭찬한다. 그런데 은행은 이익이 많이 나면 비판하는데 그 차이는 혁신이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고금리인 상황에서 이자이익을 많이 내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은행이 혁신과 상생의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