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셀프 매각’ 정황이 드러난 2차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정상화 펀드 조성 과정에서 저축은행중앙회가 금융 당국을 ‘패싱’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당국 정책에 동참하는 50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면서도 문제가 될 법한 세부 내용을 금융 당국에 숨긴 것이다. 금융 당국은 해당 펀드 관련 대대적인 점검에 돌입했으며 합리적인 부동산 PF 펀드 조성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상반기 2차 저축은행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를 만들며 출자사와 매각사 구성, 출자 및 매입 비율 등 펀드 상세 구조를 금융 당국에 알리지 않았다. 앞서 저축은행중앙회는 2차 펀드 논란에 대해 “금융 당국과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만들었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중앙회가 2차 펀드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알렸지만 자세한 구조 등은 알리지 않았다”며 “진작 금융 당국이 해당 사실을 알았다면 2차 펀드 조성을 취지에 맞게끔 지도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차 펀드는 금융 당국의 정책에 동참하려는 목적 아래 지난 6월 만들어졌다. 올해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업계를 비롯한 2금융권에 부동산 PF 채권 건전성을 제고하라고 주문해 왔다. 2차 펀드에 투입된 출자금은 5112억원이며 이 펀드를 통해 4085억원의 부실채권이 매각됐다.

그래픽=정서희

문제는 이 펀드가 부동산 PF 정상화라는 본래 취지와 맞지 않게 설계됐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중앙회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펀드를 통해 부실채권을 판 저축은행과 채권을 사들인 저축은행은 총 27개로 모두 똑같다. 각 저축은행의 출자금 비중과 매각 비중이 비슷한 점도 파킹 거래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펀드를 통해 자사의 부실채권을 팔고 다시 펀드를 통해 같은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금융 당국에 2차 펀드 조성 사실을 알리면서도 펀드 구조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셀프 매각 용도로 변질되는 상황에도 미리 손 쓸 수 없었다.

금융 당국은 2차 펀드 논란이 불거진 뒤 저축은행중앙회에 추가 펀드 조성 중단을 권고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부동산 PF 정상화 취지에 맞는 펀드 조성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이 가이드라인엔 외부 출자자 비율 등을 명시해 셀프 매각 논란을 차단할 조항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금감원은 저축은행중앙회와 펀드 운용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펀드 설계 및 펀드 운용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픽=손민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