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과 수협·신협 등 상호금융사와 저축은행의 집단대출 규모가 5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금융권의 집단대출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시중은행이 집단대출 취급을 꺼리고 있어, 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크다. 11월 입주를 앞둔 1만2000가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아파트 집단대출도 변수다.
2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집단대출 잔액은 11조1000억원으로 지난 2020년 말(2조6000억원) 대비 327% 늘었다.
업권별로 보면 상호금융 집단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1조7000억원에서 9조원으로 429% 급증했으며, 저축은행은 9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133% 늘었다.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집단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씨티은행 및 iM뱅크 등 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이 기간 148조4000억원에서 167조9000억원으로 19.8% 증가했다.
집단대출은 주로 재건축·재개발·분양 등 정비사업에서 조합원과 입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개별 심사 없이 일괄 승인으로 이뤄지는 대출로,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으로 구성된다. 집단대출 시장은 시중은행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2금융권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아 경쟁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2022년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며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자 2금융권이 이 틈새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최근엔 금융 당국의 대출 옥죄기로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진 은행 자리를 넘보고 있다. 서울강동농협이 둔촌주공 잔금대출 기관으로 선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상호금융이 서울 대단지 아파트 잔금대출 기관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축은행은 중도금대출 시장을 주로 공략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원래 은행이 꽉 잡아 온 시장”이라며 “대출 규모가 수백억, 수천억원대라 큰 수익을 낼 수 있고 담보물도 확실해 2금융권 입장에선 은행이 주춤할 때 발을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은행에서 충분히 대출을 받기 어려운 소비자들은 2금융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금리는 은행에 비해 높을 순 있으나, 대출 한도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어서다. 상호금융 등 2금융권 대출엔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50%가 적용된다. 은행은 DSR 40%로 보다 엄격하다. DSR은 대출자가 한 해에 갚아야 하는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연 소득이 5000만원이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 2000만원(40%)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 당국은 ‘풍선 효과’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둔촌주공 잔금대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매머드급 대단지에 대출 수요만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중 상당액이 상호금융으로 쏠릴 경우 지난달 가까스로 잡은 가계대출이 튀어 오를 수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서울강동농협이 둔촌주공 잔금대출 기관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농협중앙회에 건전성 관리 감독을 주문했다. 또 지난 15일엔 2금융권 관계자를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