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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한국도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확정이율을 제공하는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을 대비해 장기간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으로 고객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 8월 상품 가입 시점의 미국 회사채 금리(공시이율)를 향후 20년 동안 확정적으로 제공하는 오늘의달러연금보험을 출시했다. 가령 상품에 가입한 날 공시이율이 4.7%라면, 가입 후 금리가 하락해도 20년 동안 4.7%의 이자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자율은 고정이지만 시장금리가 떨어질수록 실질 수익률은 더 높아져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대비하는 상품이다.

상품 이름은 연금보험이지만, 특정 시점에 계약을 해지한 뒤 낸 보험료와 그동안 쌓인 이자를 돌려받는 기능이 더 강조됐다. 50세 남성이 1만달러(1347만원)를 한 번에 내면, 공시이율(4.7%)을 적용했을 때 10년 시점 해지환급률은 138.8%다. 그런데 공시이율이 0.5%포인트 하락했을 때 금리차환급금조정률을 반영해 계산하면 실질적인 환급률은 145.6%가 된다.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152.7% 수준이다.

보험업계에선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올 때부터 확정이율 상품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해 왔다. 통상 보험상품 이자율은 시장금리에 따라 매월 바뀐다. 기준금리와 함께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이를 따라가는 이자율도 동반 하락해 고객이 받는 이자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금리 인하기에는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 상품이 더 인기를 끈다. 특정 시점에 계약을 해지하고 해지환급금을 받는 단기납 종신보험이 고정금리 상품 중에선 유일했는데, 보험사들이 금리 인하를 예상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선택지가 넓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KDB생명은 오는 14일 연금저축보험에 5년 동안 연 복리 3.5%를 확정적으로 제공하고, 이후부터는 공시이율을 적용하는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연금저축보험은 연말정산과 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액공제 혜택(세제적격)을 주는 것으로, 직장인들 사이에선 13월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보험사는 연금저축보험에 변동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수익률도 같이 하락한다. 하지만 KDB생명은 금리 인하 시기에 발맞춰 5년 동안 확정이율을 적용하는 등 세금 혜택과 함께 수익률을 강조했다. 연금저축보험에 확정이율을 도입한 건 보험업계에서 KDB생명이 최초다.

최근엔 하나생명이 연 단리 최대 7%를 보증하는 변액연금보험을 출시해 이목을 끌었다. 변액연금은 납부한 보험료를 펀드에 투자해 얻은 수익금이 최종 연금액이 되는 상품이다. 투자에서 손실이 나면 연금액이 줄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 연금액도 늘어나는 구조다. 반면 이 상품은 수익률과 상관없이 보험사가 연 단리 7%를 보증해 보험업계에선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불린다. 이 같은 최저보증형 변액연금보험 시장은 iM라이프·KDB생명·IBK연금보험 삼파전 구도였는데, 최근 들어 하나생명이 뛰어들며 경쟁이 본격화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가 계속된다고 예상할 순 없어도 현재와 같은 높은 이자율을 장기간 누릴 기회가 될 수 있다”라며 “확정형 고금리 상품에 대한 호조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