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금리 인하에 앞서 예·적금에 가입하려는 ‘막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며 금리 인하기의 포문을 열었다. 한국은행도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주목할 곳은 저축은행이다. 곳간 채우기에 나선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에서 보기 힘든 연 4%대 정기예금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은행권의 ‘반짝’ 특판 적금도 노릴 만하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30조4713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8054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선 81조1756억원 급증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4월까지 하락하다가 ▲5월 889조7062억원 ▲6월 891조1524억원 ▲7월 909조3806억원, ▲8월 925조6659억원으로 5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정기적금 잔액은 38조74억원으로, 한 달간 1조2157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정기 예·적금 잔액이 올해 하반기 증가한 것은 수신 금리가 하락하기 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금융상품에 돈을 예치하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예·적금 금리가 더 내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발 빠르게 선점에 나선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에 돌입하면 수신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떨어진다”며 “내년 초쯤이면 연 3%대 금리의 예금 상품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이라면 만기가 긴 상품에 미리 가입해 두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정기예금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현재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3.35~3.75%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4%대다. 현재 기준금리(연 3.50%)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연말 예·적금 만기가 몰려 있어 이에 대비해 수신고를 확보하기 위해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기준 바로저축은행의 ‘SB톡톡 정기예금’과 동양저축은행의 ‘정기예금’, SBI저축은행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는 연 4.10%다. HB저축은행 ‘비대면 정기예금’은 최고 연 4.05%, 안국저축은행 ‘e-정기예금’은 연 4.02%다. 연 4% 이상의 이자를 주는 저축은행만 총 9곳이다. 만기가 6개월, 2년인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는 각각 연 4.20%, 3.90%다.

은행권 정기적금 중 우대 금리를 제한 기본 금리가 연 3.5% 이상인 상품도 주목할 만하다. 최고 금리가 연 8% 이상인 1년 만기 정기적금 11개 중 기본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신한은행의 ‘청년처음적금’이다. 기본 금리는 연 3.5%며, 가입 대상은 만 18세 이상, 만 39세 이하다. 가입 금액은 최대 월 30만원이다. 이밖에 10개 상품의 기본 금리는 연 2.0~2.5%다.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정기적금 중 기본 금리가 높은 상품으로는 우리은행의 ‘WON 적금’이 있다. 기본 금리는 연 3.70%며, 우대 금리 적용 시 최고 금리는 연 3.90%다. 월 최대 5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