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경기 평택시에 사는 정모(28)씨는 지난 추석 연휴 동안 300만원어치 코인을 사들였다. 정씨의 이번 코인 투자는 2022년 투자 실패로 인한 ‘손절’ 후 약 2년 만의 재도전이다. 정씨는 “미국 기준금리가 내릴 것이란 뉴스가 추석 때 많이 나왔다”며 “마침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 시장도 좋아 오랜만에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리고 가상자산 시장에 훈풍이 불자 시장을 떠났던 개미들이 돌아오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뿐만 아니라 주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거래량도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맞춰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하 전후로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7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바이낸스·바이비트·OKX·코인베이스·쿠코인·크라켄·업비트)의 하루 거래 규모는 46억7500만달러(약 6조2400억원)다. 이는 9월 초 거래 규모인 25억7600만달러(약 3조4400억원)와 비교하면 20억달러 이상 증가한 수치다.

9월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직전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9월 동안 주로 20억~30억달러대를 맴돌았던 일일 거래량은 16일부터 4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기준금리를 결정하기로 돼 있었고 투자 시장엔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는 견해가 쏟아졌다.

그래픽=정서희

국내 거래 규모 역시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크게 뛰었다. 국내 점유율 1위 거래소 업비트 기준, 연준의 기준금리 발표날(18일)에 3400만달러(약 454억원)였던 거래량은 다음날 5600만달러(약 747억원)로 급격하게 뛰었다.

이번 가상자산 거래량 증가는 가상자산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 유입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보통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가상자산 시세에 호재로 평가된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보통 시장금리도 낮아지기에 투자자들은 고위험·고수익 투자 수단에 눈길을 돌린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에도 적용돼 전반적인 유동성 공급을 끌어낸다.

기준금리 발표 직전부터 시장 내 변동성이 커진 점도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게 했다. 하루에 비트코인 가격이 3000달러가량 오르내리는 등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시세 차익을 의도한 투자자와 저점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모두 몰렸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폭, 4분기 가상자산 가격 상승, 미국 대선 향방에 대해 여러 예측이 엇갈리면서 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라며 “비트코인만 아니라 알트코인의 변동성도 덩달아 커졌고 이 현상이 거래량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