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업계의 퇴직연금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퇴직연금은 저축은행의 주요 자금 조달 재원인데, 최근 시중은행이 일부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면서 연말 만기 도래 때 대규모 환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 퇴직연금은 약 30조원 규모로, 전체 수신액의 30%에 달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 달부터 각 저축은행에 퇴직연금 잔액 및 만기 도래 시점, 취급액, 평균금리 등을 보고받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런 내용으로 저축은행 업무보고서를 개정했다.
일부 은행이 저축은행 퇴직연금 판매를 중단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근로자의 퇴직금 재원을 금융기관에 맡겨 운용하고, 퇴직시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저축은행이 퇴직연금을 직접 판매할 수 없다. 금융 당국은 2018년 9월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해 신용등급 ‘BBB-’를 충족한 저축은행 예·적금도 퇴직연금의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편입되도록 했다. 당시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 금리가 시중은행 상품보다 높아 이를 퇴직연금에 포함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등으로 신용등급 강등을 겪자 시중은행이 이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판매를 중단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가입한 고객들은 예금 등 퇴직연금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면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퇴직연금 상품에 저축은행 예·적금을 담은 고객의 경우 만기 때 자동으로 기존 상품에 재가입하는 구조다. 그런데 은행들이 저축은행 상품을 취급하지 않으면 만기시 예·적금을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
시중은행이 저축은행 퇴직연금 판매를 모두 중단한 것은 아니다. 신용등급 기준을 충족한 저축은행 상품은 여전히 취급하고 있다. 다만 퇴직연금 상품의 만기는 주로 연말에 집중돼 있는데, 신용등급이 하락한 저축은행은 연말에 수신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취급 저축은행 32곳의 정기예금 잔액(90조 1600억 원) 중 퇴직연금 잔액은 30조 5000억원으로 전체 33% 수준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판매가 중단된 저축은행은 일부 수신고 감소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져 만기 때 저축은행 상품을 퇴직연금에서 제외하는 현상이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시중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은 저축은행의 퇴직연금을 고객에게 판매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실무진이 만나 협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매 중단한 저축은행 퇴직연금 상품의 판매 재개 계획은 없다”면서 “저축은행 상품을 판매했다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은행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