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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두 달간 6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은행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축소하면서 마이너스통장 수요가 급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마이너스통장 잔액(사용액)은 38조74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이 본격적으로 주담대 금리를 올리기 전인 7월 1일(38조1160억원)과 비교하면 6293억원 늘어난 수치다. 5대 시중은행은 6월 한달 동안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697억원 늘어났는데, 7월 들어 그 수요가 급증해 두 달 새 6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최근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증가한 데는 은행이 주담대 문턱을 높이자 풍선효과로 마이너스통장을 비롯한 신용대출에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은행권 대출 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는 하락하고 있으나 주담대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맞춰 은행권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해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8월 5대 시중은행은 22차례에 걸쳐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다.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조치를 시행하는 점도 마이너스통장 잔액을 늘린 요소다. 스트레스 DSR은 DSR을 계산할 때 금리 변동성까지 고려해 대출 한도를 줄인 제도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 산정 시 주담대의 경우 ▲변동형 0.75%포인트(수도권 1.2%포인트) ▲고정형 0.45%포인트(수도권 0.72%포인트) ▲주기형 0.23%포인트(수도권 0.36%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주담대 신규 대출이 깐깐해지자 미리 마이너스통장을 받으려는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손민균

문제는 마이너스통장이 가계 부채 관리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숨어 있는 구멍이라는 점이다. 마이너스통장은 한도 약정액이 아닌 대출잔액만 각종 가계부채 통계에 잡히고 있어 한도 약정액을 기준으로 보면 대출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 또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는 가계부채 질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 마이너스통장은 일반 신용·담보대출보다 0.3~1.0%포인트 정도 금리가 높다. 마이너스 통장은 원금은 물론 이자를 당장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여서 빚을 계속 쌓아둘 수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은행권도 이를 인지하고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며 지난달 벌어진 대출 회피 경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제한하기 위해 주담대를 제한한 은행이 이번엔 마이너스통장을 비롯한 신용대출을 막기 위해 각종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은행은 지난 9일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5000만원으로 감액했으며 신한은행은 오는 13일부터는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한다. 이 때문에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높은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쏠림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과 은행권 대출 규제로 주담대, 전세대출이 막히자 한도 내에서 마이너스대출을 뚫어 자금을 융통하려는 금융소비자가 늘어났다”며 “은행권이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풍선효과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