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NH농협은행이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농협은행은 시중은행이지만 국회 국정감사 대상이고 감사원 감사도 받기 때문에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예금보험공사 소유로 사실상 금융 공공기관 성격인 SGI서울보증도 이달 초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을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출했다. 여권 인사의 금융권 낙하산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금융업계에서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장인환 한반도선진화재단 기획홍보 부위원장(정책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장 사외이사는 1979년생으로 명지대를 졸업하고 연세대와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사회수석실과 시민사회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대통령실 근무 이전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으로 근무했었다. 금융 근무 경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은 장 사외이사 추천 사유로 “사회 전반의 정책을 다루는 공직업무 수행, 민간사회단체 활동 등 시민·사회 분야 다양한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특수 은행인 당행의 ESG 전략 고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농협은행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6100만원 수준이다.

서울보증도 이달 초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를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서울보증은 민간 금융사지만,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93%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금융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김 위원은 1966년생으로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캐롤라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 등을 역임했다. 김 위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경기 용인갑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건설사 대표를 지내며 국민의힘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금융 경력은 없다.

최근 금융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에도 여권 인사 낙하산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보험연수원장으로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이 내정됐다. 보험교육 전문기관인 보험연수원은 보험감독원 산하기관으로 설립됐다가 독립한 사단법인으로 공공기관 성격이 짙다. 하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출마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다. 하 전 의원은 보험 관련 경력이 없다.

한국거래소 자회사로 주식회사이지만 사실상 공공기관으로 여겨지는 코스콤도 후임 사장에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윤 전 의원은 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내고 22대 총선에서 대전 동구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금융공공기관장뿐 아니라 사외이사·감사 자리까지 정치인과 대통령실 출신이 차지하면서 금융권에선 총선 이후 보은성 낙하산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인사는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어 해당 금융사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 공공기관 사외이사, 감사 자리에 여권 인사들 하마평이 더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공공기관 CEO와 사외이사가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정치 활동 재개를 준비하는 자리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