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30대 김형석(가명)씨는 최근 아파트 장만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알아보다 재테크 커뮤니티에 부산은행 주담대 금리가 가장 낮다는 글을 발견했다. 김씨는 부산은행 서울 내 영업점을 방문해 연 2%대 주담대에 가입했다. 5대 시중은행 주담대 최저금리는 3.5% 이상이다. 김씨는 이참에 지방은행 정기예금도 알아본 후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주은행 정기예금에 비대면으로 가입했다.

지방은행이 고객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줄인상하는 틈을 타 경쟁력 있는 금리를 무기로 대출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또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며 남은 3%대 예금에 가입하려는 ‘막차 수요’도 공략하고 있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가장 높은 상위 10개 은행 중 2개를 제외한 8개가 모두 지방은행의 상품이다. 제주은행의 ‘J 정기예금’의 최고금리가 연 3.75%로 가장 높았으며, iM뱅크(옛 대구은행)의 ‘iM 주거래 우대예금(연 3.66%)’, 경남은행의 ‘BNK 주거래 우대 정기예금(연 3.60%)’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연 3.60%)’이 뒤를 이었다. 5대 은행 중에선 NH농협은행만 이름을 올렸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3.35~3.40%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3.30%다.

지방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것은 저원가성 예금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저원가성 예금은 금리가 0.1% 수준으로 낮은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 등으로, 은행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예금’이다. 저원가성 예금을 늘리면 은행은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이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특히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 시중 자금이 부동산, 주식시장으로 쏠리기 때문에 저원가성 예금 확보는 더 어렵게 된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은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유치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반면, 중요성은 더 커진다”라며 “시장 금리가 낮아져 대출 금리를 높이기 어려워지면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지방은행은 잇따른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발길을 돌린 고객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 1일부터 1조원 한도의 주담대 특판 상품(BNK357 금리안심 모기지론·5년 고정형)을 출시했다. 금리는 전날 기준 최저 연 3.11%다. 이 특판 상품의 최저 금리는 지난 8일 2.94%까지 떨어졌는데, “2%대 주담대가 아직 남아있다”는 입소문을 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됐다.

5년 고정형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3.5% 이상으로 줄줄이 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금리 하단이 낮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전날 주담대 금리를 오는 21일부터 0.3%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5년 고정형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3.92%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은행이 낮은 수준의 대출금리를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시중은행과 달리 가계대출 한도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산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14조706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52조1526억원으로, 같은 기간 4.2% 급등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7월부터 더 급격히 늘고 있다.

다만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지방은행의 이러한 전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디딤돌대출, 버팀목대출과 같은 정책 금융상품의 금리까지 올리며 대출 조이기에 나섰는데, 지방은행의 영업 전략을 곱게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출 수요가 지방은행으로 쏠릴 수도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