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매물 정보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급증세가 진정되지 않자 금융권에선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연기한 금융 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실제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규제로, 금융 당국이 7월 시행 계획을 9월로 연기했다. 당시 주택가격 상승 경고 신호가 있었는데도 금융 당국이 규제 시행 시기를 늦춰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오는 9월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 가계대출 추이를 지켜본 뒤 추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은행들이 주담대를 늘릴 때마다 추가 자본을 적립하게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출로 나갈 수 있는 자금을 은행 내부에 쌓도록 해 가계대출 증가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증가 대책이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6월 주택가격 상승 경고음이 있었을 때 예정대로 7월 스트레스 DSR을 시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6월 넷째 주까지 14주 연속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90.4로 지난해 9월(9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돌연 스트레스 DSR 시행을 7월에서 9월로 연기했다.

규제 시행이 미뤄지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는 지난 7일 기준 561조1704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1조4203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의 주담대는 지난 5월과 6월 각각 5조3000억원, 5조8000억원 증가한 뒤 지난달엔 7조5947억원이 늘었다.

그래픽=정서희

스트레스 DSR을 시행할 경우 대출 한도가 줄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일부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다음 달 제도가 시행되면 대출을 받을 때 스트레스 금리 0.75%가 가산된다. 대출이 없는 소득 1억원의 소비자가 혼합형 5년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대출 한도는 6억4000만원에서 6억2000만원으로 줄어든다.

규제 시행 이전 막차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6월에도 규제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6월 말과 7월 초에 가계대출이 3조원가량 늘기도 했다.

현재 은행권은 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으론 한계가 있어 자본 추가 적립과 같은 추가 규제가 곧 시행될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돈줄이 막혔던 학습 효과가 있어서 이미 대출을 받은 고객도 규제 시행을 앞두고 최대 한도까지 대출을 일으키려는 경향이 있다”며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팽배해 막차 수요까지 고려하면 8월 가계대출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